언니 장례식장, 사람들이 밤새 춤췄다…상주인 나는 보석 왕관을 썼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24일, 오전 09:41

[신간]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늑대가 나타났다'로 알려진 가수 이랑이 가족사 에세이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를 펴냈다. 2021년 세상을 떠난 친언니 이슬의 죽음을 중심에 놓고 엄마와 딸들의 시간을 썼다.

산문집은 "2021년, 언니가 죽었다"로 시작한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은 밤새 춤을 췄고, 이랑은 언니를 위해 장난감 보석 왕관을 쓰고 상주를 맡았다고 적었다.

이랑은 언니의 죽음을 '자살'이 아니라 '소진사'(消盡死)로 부른다. 가족과 사회의 압력 속에서 몸과 마음을 타인에게 내어주며 사랑하던 사람이 기력이 다해 사라졌다는 뜻이다.

가족사는 한 집안의 사연을 넘어 한국 여성들의 역사로 번진다. 폭력이 난무하던 집에서 자란 3남매가 서로를 혈연이 아니라 '피해생존자 동지'로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랑은 침묵 속에서 상처가 곪고 대물림되는 과정을 드러내려 한다.

언니 이슬(1983년 11월 3일~2021년 12월 10일)은 가족을 끝끝내 놓지 못하고 돌보던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랑은 자신이 18세에 집을 나와 고시원에 들어갔을 때 찾아와준 유일한 가족도 언니였다. 언니가 원했던 가족은 건강한 가족이었지만, 그들이 가진 가족은 허약했고 결핍투성이였다.

이랑은 자신의 과거를 '문제아의 극적인 서사'로 포장하지 않는다. 아이비리그라는 환경에서 같은 기질이 재치와 통찰, 창의성으로 해석되는 장면을 떠올리며 관점이 사람을 바꾼다고 적었다. 진단명은 이해를 대신하지 못한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이 산문집이 완성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고통으로 점철된 한국에서는 출판할 생각이 없어 일본·대만에서 먼저 냈고, 프린트로 엮어 몇몇과만 나누던 글이기도 했다. 한국어판은 한정판 미니북 '이랑 엄마 김경형의 역사'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출간이 결정됐다.

이랑은 "이 책을 죽기 살기로 읽어주세요"라고 쓴다. 또 20년 함께 살다 세상을 떠난 고양이 준이치의 입을 빌려 "밥을 잘 먹으면 힘이 생길 거야. 밥을 잘 먹어야 해"라고 밝혔다. 책은 슬픔과 광기와 죽음의 기록이면서도 끝내 사랑이 남는다고 말한다.

△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이야기장수/ 1만7800원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