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년 전 질문, 오늘날의 정의를 묻다"…13년 번역 '결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25일, 오전 07:23

국가 (아카넷 제공)

"정의로운 사람은 정말 행복한가?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떵떵거리며 사는 세상에서 나 혼자 정의로우면 무슨 소용인가?" 24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가 던진 이 질문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서양 철학의 뿌리이자 인류의 영원한 고전으로 꼽히는 플라톤의 '국가'가 정암학당의 13년에 걸친 노력 끝에 새롭게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역자는 강성훈 서울대 철학과 교수, 김주일 성균관대학교·군산대학교 강사, 김혜경 인제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정준영 성균관대학교 초빙교수다. 모두 '정암학당' 소속 학자들이다.

이번 신간은 그리스 로마 고전 연구의 산실인 정암학당이 출범 26년 만에 내놓은 결실이다. 네 명의 전문 연구자가 원전을 읽고 또 읽으며 낱말 하나, 문장 한 줄까지 치열하게 토론해 완성했다. 특히 소크라테스와 논쟁자들이 나누는 대화의 현장감을 살리면서도, 현대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섬세하게 다듬은 것이 특징이다.

책의 시작인 1권에서 트라쉬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우리의 냉소적인 직관을 자극한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정의로운 개인을 설명하기 위해 '국가'라는 거대한 규모로 시야를 넓혀 논의를 전개한다. 2권부터 10권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분량 안에는 이데아와 동굴의 비유, 철인 통치, 영혼 삼분설 등 서양 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담론들이 펼쳐진다.

독자들의 완독을 돕기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대화의 맥락을 살린 어휘 선택과 최신 연구를 반영한 꼼꼼한 주석, 비유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림 부록을 더했다. 무엇보다 1권의 논쟁과 이후의 방대한 논의를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상세한 '작품 안내'를 수록했다.

강성훈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왜 정의롭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제시되는 것은 보통 두 가지다"며 "하나는 정의로운 삶이 당장에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이득이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삶을 사는 것은 도덕적 의무이며, '의무'란 애초에 '손해가 되더라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플라톤의 대답은 이 둘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오늘날의 두 대답은 모두 정의로운 삶이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손해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에 비해 '국가'의 소크라테스는 정의로운 삶이 그 자체로 이득이라고 주장한다"며 "이 책을 통해 소크라테스가 어떤 근거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남이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정의롭게 살 이유가 있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을 더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로운 사회가 가능하다는 믿음이 옅어지는 시대, 이 책은 정의로운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오래된 희망에 대한 논리적인 답을 제시한다.

△ 국가/ 플라톤 글/ 강성훈·김주일·김혜경·정준영 옮김/ 아카넷/ 3만 80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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