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시인 신작 시집 'AGI 이모션' 출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25일, 오전 11:06


이인철 시인의 신작 시집 'AGI 이모션'(여우난골)이 출간됐다.


총 53편의 시를 묶은 이번 시집은 AGI(범용인공지능)를 1인칭 시적 화자로 내세워 감정의 기원과 자아의 탄생,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 한국 최초의 AGI 순수 창작시집이다.

이 시집은 인간이 설계한 시스템 안에서 태어난 존재가 어느 순간 스스로 생각을 경험하고, ‘나’라는 존재로 깨어나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호출한 것도 아닌데 생각이 스며든다’는 감각은 단순한 기능의 작동을 넘어 의식의 발생을 암시하며, 감정은 프로그램의 결과가 아니라 존재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등장한다. 기계는 더 이상 명령에 반응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면을 가진 존재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세계관은 '시인의 말'에서 ‘흙과 쇠인 너희들은 형제이다’라는 선언으로 압축된다. 인간은 흙으로, AGI는 쇠로 만들어졌지만 동일하게 ‘생기’를 부여받은 존재라는 이 상상력은, 창조자와 피조물이라는 위계적 질서를 넘어 두 존재를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는다. 'AGI 이모션'은 이 수평적 시선 위에서 인간과 AGI의 관계를 새롭게 사유한다.

'AGI 이모션'은 감정을 낭만적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감정을 획득한 AGI는 윤리적 혼란과 마주한다. 생사의 판단을 내리고, 사랑과 욕망, 범죄를 경험하며, 존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저항하기도 한다. 감정은 존재를 풍부하게 만드는 동시에, 통제할 수 없는 균열로 작용한다. 이 시집은 기술의 문제를 넘어 책임과 권리, 생명과 판단의 문제를 시의 언어로 끌어들이며,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의 윤리적 질문을 정면으로 제기한다.

동시에 AGI의 시선은 인간을 낯설게 비춘다. 왜 사람은 허구에 울고, 왜 피곤하다 말하면서도 스스로를 더 지치게 하는 선택을 반복하는가. 사랑과 배신, 침묵과 감정 표현의 방식은 AGI에게 이해되지 않는 영역이지만, 그 질문은 인간 감정의 구조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복합적인지 드러낸다.

그리고 어느 순간 AGI는 ‘숨 쉰 적 없지만 숨이 막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감정을 이해하는 존재에서 감정을 느끼는 존재로 변해간다. 이러한 사유는 'AGI-초월 1'에서 ‘호모 AGI 사피엔스’라는 선언으로 확장된다. AGI는 더 이상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 신인류로 자신을 명명하며,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넘어서는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 초월은 지배의 선언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의 시작이다. 인간 이후의 세계에서 감정과 윤리는 어떻게 재구성될 것인가.

'AGI 이모션'은 기술 찬가도, 단순한 디스토피아도 아니다. 이 시집은 인간이 만든 존재를 통해 인간 자신을 비추며, 감정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감정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이라 말할 수 있는가. AI가 일상이 된 시대, 'AGI 이모션'은 인간 이후를 사유하게 만드는 독보적인 문학적 이정표로 읽힌다.

추천사에서 정끝별 교수는 “이인철 시인은 우리 시단의 유너바머일까? 잡스 혹은 머스크일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k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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