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 명 몰려오는데… ‘카지노·CIQ’ 족쇄에 발 묶인 부산항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3월 25일, 오전 10:12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대한민국의 해양 물류를 책임지는 부산항이 단순한 화물·여객 수송 항만을 넘어 ‘고부가가치 크루즈 비즈니스’의 메카로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잠시 들렀다 떠나는 ‘기항지(Port of Call)’에 머물렀던 부산항이 승객이 체류하며 소비를 창출하는 ‘모항(Homeport)’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르솔레알 크루즈
25일 해운·관광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의 럭셔리 크루즈 선사인 포낭(Ponant)의 ‘르 자크 카르티에’호가 부산항을 모항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운항은 국내 최초로 항공과 철도를 연계한 ‘Fly & Cruise’ 모델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KTX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한 뒤 크루즈에 오르는 방식이다.

모항 크루즈는 기항지에 비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월등히 높다. 승객이 배에 오르기 전후로 지역 내 호텔에 숙박하고, 인근 백화점과 전통시장에서 쇼핑하며, 식당가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모항은 항만 기능을 단순한 입출항 지원에서 지역 경제의 ‘소비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핵심 열쇠”라고 설명했다.

올해 부산항의 크루즈 입항 예정 횟수는 총 $420$항차로, 예상 관광객 수는 약 $9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한 최적의 기회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최근 크루즈 터미널의 24시간 운영을 시범 도입하는 등 ‘체류형 관광’을 위한 인프라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밤 시간대 터미널 운영이 유연해지면 해운대 야경 투어나 야간 시티투어 등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을 크루즈 일정에 결합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크루즈 허브인 싱가포르나 홍콩과 경쟁하기엔 여전히 제도적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세관·출입국·검역(CIQ)의 병목 현상이다. 수천 명의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크루즈 특성상, 심사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관광객의 체류 시간과 만족도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스마트 CIQ’ 시스템의 조속한 도입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국제 크루즈 시장의 필수 요소인 선상 카지노 운영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부산항이 동북아 크루즈 허브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정부의 원스톱 지원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교통 이벤트’가 아니라 항공, 철도, 숙박, 면세 쇼핑을 하나의 여정으로 묶는 ‘관광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한 전문가는 “크루즈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고 연관 산업으로의 낙수 효과가 확실한 고부가 서비스 산업”이라며 “부산항이 ‘배가 오는 항구’를 넘어 ‘사람과 자본이 머무는 거점’이 될 때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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