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예산 93%가 세금…30년 묶인 ‘기업후원’ 빗장 풀리나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3월 26일, 오후 02:23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원회 공청회에서 답변을 하고 하고 있는 권두현 재미와 느낌 연구소장(왼쪽), 서원석 한국관광학회 회장 (사진=이민하 기자)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삼성은 호주 ‘비비드 시드니’, 삼양식품은 미국 ‘코첼라’, 농심은 일본 ‘삿포로 눈축제’에 매년 수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해외 축제를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으로 삼아 브랜드를 키우는 전략이다. 농심은 세계 3대 겨울축제를 돌며 체험형 팝업과 대형 조형물을 세우며 축제를 마케팅 공간으로 적극 활용한 끝에, 지난해 해외 매출에서 전년 대비 10.5% 성장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축제엔 이런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 후원을 가로막는 법적 장벽이 30년째 허물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그 결과 작년 전국에서 열릴 예정인 지역축제 1266개의 예산 중 세금이 93%를 차지해 민간 재원 비중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원회가 축제 후원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 중인 ‘문화관광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축제법) 제정안 공청회를 25일 열었다. 임오경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1996년 문화관광축제 제도 도입 이후 30년 만에 축제 분야 독립 법률을 만드는 첫 시도다. 핵심은 축제 민간 후원·협찬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현재 내부지침으로만 운영 중인 글로벌축제 지정을 법률로 격상하는 것이다. 공청회 현장에서는 법안 찬반을 둘러싸고 의견이 맞섰다.

25일 국회에서 진행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원회 공청회 현장 (사진=이민하 기자)
공청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기업이 과연 움직이겠느냐’는 실효성 논쟁이다. 진종오 의원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도 기업 후원 유치가 쉽지 않다. 기업들은 후원을 하더라도 현물로 하려 하지 현금으로는 절대 안 하려 한다”며 “법안에 어떻게 기업들의 후원을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답이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법안 통과 찬성 측인 권두현 재미와느낌연구소 소장은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면서도, 16년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기획·운영한 경험을 근거로 맞받았다. 그는 “기업에 축제 후원을 제안하면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다. ‘축제에 기부를 못 하게 돼 있다’는 분위기를 먼저 내비친다”라며 “법적 근거라는 최소한의 디딤돌이 깔려야 기업이 움직일 명분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 하나가 만들어지면 전체 분위기가 바뀌고 패턴이 바뀐다”며 “지금은 후원하고 싶어도 못 하는 구조이니 길부터 열어놓아야 누가 걸어올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축제 간 양극화 우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계원 의원은 “재정자립도가 높고 기반 기업이 몰려 있는 대도시 축제는 후원 유치에 유리하지만, 소도시 축제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축제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화천 산천어축제나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같은 대형 축제에 기업 자본이 쏠리고, 규모가 작은 소도시 축제는 공공 재원마저 줄어드는 이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권두현 소장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맞받았다. 경쟁력 있는 축제를 먼저 키워 성공 모델을 만들면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작은 축제로 퍼져나간다는 논리다. 그는 “최근 축제 트렌드가 작지만 특화된 페스티벌로 나아가고 있다”며 “시장을 풀어놓아야 오히려 캐릭터 있는 소규모 축제가 기업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열린다”고 덧붙였다. 서원석 한국관광학회 회장도 “지정 요건 기준을 설정할 때 소도시 요건을 넣으면 양극화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후 ‘문화관광축제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심사를 통과하면 문체위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고, 가결되면 30년 만의 축제 독립법 입법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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