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의 인기 관광지 채석강과 서해 일몰이 어우러진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삼면이 바다를 접하는 변산반도 여행이라고 하면 으레 자연 풍경을 떠올리기 쉽지만, 역사적인 사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여정은 634년에 창건한 천년 고찰 ‘개암사’에서 출발했다.
‘용머리 법당’으로 불릴 만큼 용머리 장식이 천장에 가득한 개암사의 대웅보전
개암사 대웅보전과 뒤편에 자리한 우금암
대웅보전 뒤로 난 길을 따라 30분 정도 올라가면 우금암 근처에 닿는다. 이곳에는 백제의 아픔이 오롯이 배어 있다. 660년,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멸망한 뒤 백제 부흥 운동을 일으킨 복신 장군이 마지막까지 숨었던 굴이 우금암 아래에 있는 ‘복신굴’이라고 전해진다. 옆에는 ‘원효방’이라는 또 다른 굴이 있다. 신라는 백제 유민들의 상심을 치유하기 위해 의상대사와 원효대사를 보냈고, 원효대사는 복신굴 옆에 굴을 짓고 수도를 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나라를 잃은 자들의 슬픔과 그 슬픔을 어루만지려 했던 손길이 아직도 이 굴 앞에 교차하는 듯하다.
개암사 뒤편의 우금암 아래에 있는 ‘복신굴’
변산반도의 또 다른 명찰은 ‘내소사’다. 개암사보다 1년 먼저 창건된 역사를 자랑하는 내소사의 주인은 나무다.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600m 길 양옆으로 수령 100년이 넘는 전나무 700여 그루가 도열해 있다. 경내에 들어가면 수령이 1000년에 달한다는 ‘할머니 당산나무’가 있다.
내소사 경내에 있는 수령이 1000년에 달한다는 ‘할머니 당산나무’
내소사를 둘러싼 산 이름은 ‘능가산’이다. 능가(楞伽)는 범어를 옮긴 말로 ‘그곳에 도달하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뜻이다. 부처님의 깨달음에 이르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소사의 대웅보전 현판. 조선시대 서예가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
◇지질의 시간, 절벽이 되다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재된 변산반도의 대표 명소 ‘채석강’은 이름 속에 작은 거짓말을 품고 있다. ‘강(江)’이라 하지만 이곳에 넘실대는 것은 강물이 아닌 바다다.
채석강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적벽강의 주상절리
◇봄을 기다리는 직소보로 향하는 길
내변산 깊숙한 곳, ‘직소폭포’로 향하는 길목엔 변산의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변산바람꽃’이 자생한다. 꽃길을 지나 10여 분 걸어가면 거울처럼 맑은 수면에 산세를 비추는 ‘직소보’가 나타난다. 에메랄드 빛깔의 물이 보를 채운 풍경은 어쩐지 노르웨이의 피오르 지형을 닮았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노르웨이처럼 유람선이 뜨지 못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절경이라 할 만큼 눈이 즐겁다.
직소폭포로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저수지 직소보
영화 ‘변산’의 주인공 학수는 노을을 보며 고향이 가난하다고 했지만, 직접 가보니 물질적인 면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속 상대역인 선미(김고은 분)는 이렇게 말한다. “장엄하면서도 이쁘고, 이쁘면서도 슬프고, 슬프면서도 저리 고울 수도 있으면, 더 이상 슬픔이 아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