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쉬지 않고 계속 되는 파격 공연"…누워서 봐도 된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3월 27일, 오전 08:03

국립극단 [창작트랙 180°] 참여 예술가, 작곡가 카입 (국립극단 제공)

국립극단은 공연예술의 고정관념을 뒤엎는 파격적인 실험을 선보인다. 국립극단은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더줌아트센터에서 '창작트랙 180°'의 일환으로 '극장의 다음: 다가올 낯선 감각들'의 최종발표회 '파빌리온 72'를 개최한다.

26일 더줌아트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참여 예술가로 선정된 작곡가 겸 사운드디자이너 카입(Kayip·이우준)은 "이번 작업은 '소리가 필수적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영상 매체의 문법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온 공연계의 소리 사용 방식을 지적하고 미래 극장에서 소리가 다른 감각과 맺을 새로운 관계를 탐색한다는 점이다. 작품은 72시간 연속 공연이라는 파격적 형식을 취한다. 이는 재난 상황의 골든타임이나 인지 체계가 재편되는 시간을 상징하며, 기승전결의 선형적 구조를 거부한다.

카입은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해체해 소리의 파편으로 재구성하고, 수백 개의 사운드 레이어를 수학적 주기에 따라 배치했다"며 "관객이 '공간의 점유자'로서 자유롭게 입·퇴장하며 통제된 결과물이 아닌 붕괴와 오류를 포함한 수행적 과정 그 자체를 예술로 승화하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 [창작트랙 180°] 참여 예술가, 작곡가 카입 (국립극단 제공)

이번 프로젝트는 결과물 중심의 기존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180일간의 창작 과정 그 자체에 집중하는 연구 개발 사업이다. 카입은 김상훈(연출), 백종관(영화), 오로민경(사운드), 황수현(안무) 등 협력 예술가들과 함께 지난 6개월간 진행한 사유의 흔적을 72시간 연속 공연이라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풀어낸다.

특히 '7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은 인간의 신체가 재난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생존 임계점이자 인지 체계가 무너지는 지점을 상징한다. 정해진 기승전결에 익숙한 관객의 인지 패턴을 의도적으로 붕괴시키고, 통제가 실패한 자리에서 발생하는 우발적인 사건과 피로감을 통해 극장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공연이 진행되는 3일 동안 극장은 멈추지 않는다. 관객은 정해진 좌석에 앉아 침묵해야 하는 관습에서 해방된다. 현장에서는 자유로운 입퇴장은 물론, 대화나 독서, 눕거나 돌아다니는 행위 등 모든 활동이 제지 없이 허용된다.

국립극단은 이번 시도를 통해 정형화된 연극 언어를 확장하고 공연 미학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파빌리온 72'는 사전 온라인 신청 및 현장 접수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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