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소설 부문상을 받은 한강의 장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영어판: 위 두 낫 파트(We Do Not Part))는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그의 제주 집에 내려갔다가 70년 전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얽힌 가족사를 마주한다.
소설은 경하가 꾸었던 꿈의 장면부터 출발한다.
"눈 내리는 벌판,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등성이까지 심겨 있다. 묘지가 여기 있었나, 생각하는 사이 어느 순간 발아래로 물이 차오르고, 그는 무덤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지만 어쩌지 못하는 채로 꿈에서 깬다."
한강은 2021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 여름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실제로 그 꿈을 꾸었다"며 "깨어난 직후 이것이 광주에 대한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후 4년이 흐르는 동안 천천히 그 꿈이 제 안에서 자라났다"고 설명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 관련 출판사 소개 영상
한강은 작가의 말에서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고 밝혔다.
지극한 사랑을 담아낸 '작별하지 않는다'는 총 3부로 짜였다. 1부 '새'는 움직임과 고립의 감각을 먼저 세운다. 경하는 손가락을 다친 인선의 부탁을 받고 제주 집으로 향한다. 온통 눈과 바람에 잠긴 길 위에서 작은 새 한 마리를 살려내려는 일이 곧 거대한 기억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된다.
2부 '밤'에 들어서면 인선 가족의 시간이 더 짙게 드러난다. 온 가족을 잃고도 슬퍼할 겨를 없이 살아낸 아버지, 부모와 동생을 한날에 잃고 오빠의 행적을 찾아 헤맨 어머니의 서사가 켜켜이 쌓인다. 정심의 싸움은 요란한 선언보다 오래 견딘 침묵으로 남는다.
3부 '불꽃'은 이 소설이 끝내 붙드는 감정을 표현한다. 한강은 사랑을 따뜻한 위로에만 두지 않는다. 차갑게 내리는 눈과 뜨겁게 남는 통증이 한 자리에 겹치며, 사랑은 기억을 견디는 고통이자 끝내 사람을 사람으로 남게 하는 힘을 찾아낸다.
이 소설은 제주 4·3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눈, 새, 나무, 불꽃 같은 이미지를 앞세워 상실의 감각과 기억의 윤리를 천천히 끄집어 낸다. 독자는 경하와 인선, 정심을 따라가며 무엇을 생각해야 견딜 수 있는지, 끝내 작별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되묻게 된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 관련 출판사 소개 영상
한강은 이 소설을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했으며 이후 1년 동안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21년에 단행본으로 발표했다.
장편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작별'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됐으나, 그 자체로 완결된 장편이 됐다. 아울러 전작 '소년이 온다'와 '흰' 이후 이어진 문제의식도 이 작품에서 다시 응축된다.
한편 한강은 1970년 겨울 광주에서 태어나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장편소설 '검은 사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을 펴냈고,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 메디치 외국문학상, 2024년 노벨문학상 등을 받았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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