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뒤 숨은 통제 파헤쳐…연극 '빅 마더' 개막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3월 30일, 오후 10:37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빅 마더’는 우리 행복만을 원해요. ‘빅 마더’는 우리가 필요한 걸 채워줘요.”

연극 '빅 마더' 공연 장면 (사진=서울시극단)
이준우 연출이 서울시극단장으로 취임한 후 내놓은 첫 작품으로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빅 마더’의 대사다.

‘빅 마더’는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작품이다. 베테랑 기자인 오웬 편집장과 케이트, 젊고 열정적인 기자 쿡과 줄리아 등 뉴욕 탐사 기자들이 거대 권력의 음모를 폭로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그려냈다.

‘빅 마더’는 조지 오웰의 ‘1984’의 ‘빅 브라더’처럼 사회를 감시하는 세력이다. ‘빅 브라더’는 감시와 독재의 방식으로, ‘빅 마더’는 포근하고 익숙한 방식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투명성을 가장한 통제, 데이터 감시, 여론 조작이 사회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품은 정치와 미디어, 빅데이터가 얽힌 스릴러로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전개된다. 가장 큰 특징은 110분간 58~60개 장면이 무대 위에서 빠르게 교차한다는 것이다.

이날 개막을 앞두고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이준우 연출은 “호흡이 짧고 박자감 있게 전개돼 독특하고 흥미로워 작업을 시작했고, 국내 관객에 최대한 쉽게 잘 전달하려고 고민했다”며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 환경과 데이터, 알고리즘을 감각하고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빅 마더' 공연 장면 (사진=서울시극단)
무대는 유리 소재의 칸막이로 공간을 분리해 빠른 장면 전환을 가능케 했다. 배우들은 무대 위를 누비며 빠르게 바뀌는 시공간에서 배역을 소화한다. 열정적인 기자인 줄리아 역을 맡은 배우 신윤지는 “대사가 많다기보단 장면이 많았고, 서로 대사를 붙여보면서 분량을 많이 줄였다”며 “전체 흐름 안에서 많은 장면이 어떤 변화와 흐름을 가지게 되는가 고민했고 서로 확인하면서 계속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출은 그간 이번 작품에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영상 장치를 적극 활용했다. 카메라를 이용한 실시간 영상도 무대에서 새로움을 주는 요소다. 이 연출은 “스크린을 활용함으로써 뉴스 보도나 미디어 연출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실시간 영상을 넣은 건 무대가 하나의 스튜디오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극에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앱스타인, 일론 머스크 등 현 시대 인물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등 동 시대 사람들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이슈를 풀어낸다. 이를 통해 무대 밖 관객들에게도 현실을 떠올리게 하며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게 만든다.

이 연출은 “정치적인 요소로 풀려고 한 건 아니고 원작에 기반하되, 좀더 (주제를) 체감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며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문제적인 부분이 새롭다거나 우리에게 관점을 제시한다기보단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편리해서 넘어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빅 마더’는 4월 25일까지 공연된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