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뼈대가 된 글로벌 아웃도어 커뮤니티 ‘HiBA(Hidden Busan Adventures)’의 활동은 이를 증명한다. 오륙도 이기대 길을 함께 걷고, 송정 바다에서 서핑 보드 위에 몸을 싣는 이들은 ‘투어객’이 아니라 ‘친구’다. 책 속에서 한 외국인 참가자가 건넨 “부산의 바다는 보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와 말을 섞는 곳”이라는 고백은 이 책이 지향하는 ‘만남의 설계’가 무엇인지 묵직하게 웅변한다.
저자의 통찰은 통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265만 명에 달한다. 박 저자는 특히 주한미군과 그 가족 등 8만 9000여 명의 집단에 주목한다. 이들 중 단 5%만 1년에 네 번 부산을 찾아도 수만 명의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그는 관광을 ‘유입’이 아닌 ‘정착과 관계’의 문제로 치환한다. 이 책의 1차 독자가 관광객이 아니라 이미 한국에 발을 붙이고 사는 외국인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의 골목을 누비며 이웃과 관계를 맺는 과정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하나의 ‘도시 생존 전략’에 가깝다. “경험은 언어보다 빠르다”는 그의 말처럼, 서핑과 트레킹이라는 몸의 언어는 완벽한 문장보다 더 깊은 유대감을 만들어낸다.
그간 부산은 서울 중심의 관광 지도 속에서 늘 ‘2인자’의 위치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저자는 도시공학부터 글로벌한국학까지 섭렵한 유연한 시선으로 부산의 자산을 재해석한다. 야구장의 함성, 산복도로의 숨가쁜 골목, 새벽 항구의 짙은 비릿함까지도 여행자의 언어로 번역해낸다.
2주 내 미국 아마존 출간을 앞둔 이 영어 에세이는 세계 시장을 향한 부산의 ‘독립 선언서’와 같다. 한국을 이미 경험한 독자들에게 “서울을 가봤으니 부산도 한 번 가보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당신의 한국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대담한 제안이다.
저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빌려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비영리 커뮤니티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와 행정 편의주의가 지역 관광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 매뉴얼 공유나 공공보험 연계 같은 현실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제언은 30년 실무자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다.
결국 『Just Say, Hi Busan』이 도달하는 지점은 ‘인사’다. 낯선 이방인이 이웃이 되고, 차가운 도시가 나의 터전이 되는 마법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Hi”라는 짧은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박 저자는 관광의 끝을 말하는 대신 관계의 시작으로서의 새로운 도시 여행법을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 부산은 이제 ‘한 번 찍고 가는 도시’가 아니라, ‘누군가와 연결되기 위해 다시 찾는 도시’로 기억될 준비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