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역사 속 여자, ○○하다' 연작
'역사 속 여자, ○○하다'는 사료의 행간을 읽고 사실의 균열 지점을 섬세하게 추적해 고려시대 절부부터 커리어우먼까지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되살려낸 연작이다.
이 연작은 2024년 초 몇몇 여성 사학자들이 모여 기획했다. 문제의식은 "여성을 제외한 한국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절대다수 여성이 문맹이던 시대, 남성과 가부장 국가가 남긴 기록만으로는 닿을 수 없던 목소리를 복원하겠다는 시도다.
연작은 '여자, 기록을 가로채다', '여자, 기어이 욕망하다', '여자, 조용히 살지 않기로 하다', '여자, 생존 전쟁을 치르다'로 총 4권이다.
절부 조씨와 함흥 기생 가련, 안정궁주와 조 귀인, 안동 장씨 부인, 식모와 커리어우먼까지 각 권의 주인공도 넓게 펼쳐진다. 리드가 말한 '진솔한 목소리'는 이 서로 다른 장면을 관통하는 공통의 축이다.
1권 '여자, 기록을 가로채다'는 기록과 기억의 문제를 파고든다. 전란 속에서 아버지와 시아버지, 남편을 차례로 잃고도 자녀와 손주를 키워 낸 고려 절부 조씨, 정치 논객이자 문인으로 기억되기를 욕망했던 함흥 기생 가련이 중심에 선다. 누가 기록했고, 그 기록이 무엇을 가렸는지를 따져 묻는 권이다.
2권 '여자, 기어이 욕망하다'는 여성의 욕망을 정면에 놓는다. 고려 안정궁주의 외도 사건, 인조 후궁 조 귀인의 저주 사건, 조선 후기 열녀와 하층 여성의 자살을 따라가며 욕망과 명예, 권력과 정절의 구조를 다시 읽는다. 익숙한 '악녀'나 '열녀'의 틀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그 틀을 만든 남성 중심 시선을 의심한다.
3권 '여자, 조용히 살지 않기로 하다'는 결단과 복수의 장면을 모았다. 가문의 정체성을 지키려 손자와 절연한 안동 장씨 부인, 어머니나 남편의 원수를 직접 갚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피해자나 방관자로만 남지 않고 자기 의지를 관철한 여성들의 사례가 낯설고도 강하게 남는다.
4권 '여자, 생존 전쟁을 치르다'는 일하는 여성들의 역사를 붙든다. 일제 시기 행랑어멈과 오모니, 식모에서 출발해 1980년대 여성 취업 차별, 1990년대 직장 내 성희롱 소송과 법제화까지 이어 간다. 여성 노동의 시작과 커리어우먼의 등장을 한 줄로 잇는 구성이다.
집필에는 장지연, 권혁은, 윤민경, 황향주, 이민정, 한보람, 이아리 등 여성 사학자 7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연작을 통해 상류층 남성과 국가가 남긴 기록의 뒤편에서 여성의 기억, 욕망, 분투, 노동을 다시 불러냈다.
△ 역사 속 여자, ○○하다 총 4권/ 장지연 외 지음/ 푸른역사/ 총 4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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