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장병호 기자)
발제를 맡은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광화문에 한글 현판이 설치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문화유산’이라는 범주 안에서 원형 보존은 기본 원칙이겠지만 광화문에 한글 현판을 다는 일은 그보다 더 크고 넓은 ‘국가 정체성’의 범주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한글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며 “국가 상징 공간인 광화문에 한글이 부재한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문화유산 복원이 반드시 특정 시점의 원형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유리 피라미드 등 해외 사례를 들어 전통과 현대적 가치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특히 최 소장은 경복궁과 광화문이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시기를 거치며 정치적 목적에 따라 상징이 변형돼 온 사례를 언급하며 “시대적 요구에 따라 (광화문 현판이) 또 다시 바뀐다면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해외에서도 과거의 언어와 표현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한자 현판 유지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광화문 한글 현판의 추가 설치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김주원 한글학회 회장은 광화문 한자 현판을 “과거의 한자 문화를 무의미하게 세습하고 있는 박제된 유산”이라고 지적하며 “21세기의 시대 정신을 담지 못하고 있다. 혁신이 필요할 때”라고 한글 현판의 추가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형우 한반도문화관광연구원장도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설치는 전 세계 관광객에 ‘한글의 자부심’과 ‘한국의 역동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현명한 관광 정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화문 현판 토론회'가 3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장병호 기자)
광화문은 1968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로 쓴 친필 현판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경복궁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한자로 된 현판으로 교체됐고, 이후 현판에 균열이 가 2023년 10월 기존 현판을 떼어내고 검정 바탕에 금색 글자로 쓰인 지금의 한자 현판을 설치했다. 현재의 현판은 2016년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서 발견된 19세기 광화문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다.
문체부는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며 논의를 이어간다. 4월 초 문체부 홈페이지에 의견을 남길 수 있는 게시판을 개설하고 전문가 의견 조사와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함께 진행해 정책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