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600년 욕망의 풍경"…자본주의를 태동시킨 8가지 에피소드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01일, 오전 08:46

'세계사를 바꾼 명화 이야기' (사람과나무사이 제공)

예술은 고고한 영혼의 산물인가, 아니면 치밀한 자본의 기획인가. 이 책은 르네상스부터 근대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결정적 장면 뒤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자본'의 흐름을 날카롭게 추적한다. 저자는 명화가 단순히 감상의 대상을 넘어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자본주의를 태동시킨 핵심 동력이었음을 8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증명한다.

저자는 종교개혁이라는 위기가 어떻게 네덜란드 시민 회화의 황금기를 열었는지부터 분석한다. 우상숭배 금지로 교회 후원이 끊기자 예술가들은 생존을 위해 '기성품 판매' 방식으로 전환했고, 이는 소재의 혁명과 미술 시장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빵값 대신 지불되던 시대적 배경은 예술이 철저히 실물 경제와 맞물려 있었음을 보여 준다.

권력의 도구로서의 미술도 조명한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초라한 실체 대신 백마를 탄 영웅적 이미지를 다비드에게 주문하며 '이미지 조작'의 시초가 됐다. 이는 현대의 정치 프로테젠테이션과 광고 기법의 원형이 되었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인상주의의 '신분 세탁' 과정이다. 한때 '고양이 낙서' 취급받던 인상주의 화풍은 미술상 폴 뒤랑뤼엘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귀하신 몸'으로 거듭났다. 그는 루이 15세풍의 금테 액자와 화려한 매장 연출로 고객의 허영심을 자극했고, 전통에 굶주려 있던 미국 신흥 부호들의 욕망을 정확히 관통시켰다.

이 책은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풍경화를 그리지 않은 이유, 피카소가 파격에 집착한 경제적 배경 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에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결국 명화란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거울이며, 세계사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음을 이 책은 600년의 연대기를 통해 입증한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통찰력은 묵직하다.

△ 세계사를 바꾼 명화 이야기/ 니시오카 후미히코 글/ 서수지 옮김/ 사람과나무사이/ 1만 9500원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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