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
엠마 게이트우드는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 중 하나인 애팔래치아 트레일, 일명 'AT'를 종주한 최초의 여성이다. 책은 자녀 11명과 손주 23명을 둔 그녀의 삶을 담아냈다.
저자 벤 몽고메리는 엠마 게이트우드가 남긴 일기와 편지, 유족 인터뷰를 엮어 한 여성의 걷기를 다시 세웠다. 책은 단순한 완주담이 아니라 30년 넘게 이어진 폭력과 돌봄, 노동을 지나 숲으로 들어간 한 사람의 탈출과 회복을 함께 붙든다.
1955년 67세의 엠마는 "산책 좀 다녀올게"라는 말만 남기고 길을 나선다. 침낭도 지도도 없이 작은 자루 하나를 둘러멘 채 3500킬로미터 길에 들어섰고, 146일 만에 종착지에 닿았다. 저자는 이 무모해 보이는 출발을 노년의 충동이 아니라 오래 눌려 있던 자유의 실천으로 읽어낸다.
여정은 낭만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허리케인과 홍수, 깊은 어둠, 야생동물, 더위와 추위가 길 위를 막아선다. 안경이 부러지고 발이 부르트고 길을 잃어도 엠마는 쉽게 주저앉지 않는다.
중반부는 길 위 장면과 집 안의 시간을 교차해 놓는다. 사람들은 그녀를 '여자 떠돌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엠마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남편의 폭력과 빚, 끝없는 가사노동을 견딘 시간이 있었기에 트레일의 고단함은 오히려 다른 이름의 해방으로 읽힌다.
여기에 애팔래치아 산악 지대의 역사와 트레일 개척 과정도 함께 더한다. 한 여성의 발걸음을 좇다 보면 20세기 중반 미국 사회의 경제와 인권, 개발 문제까지 겹쳐 보인다.
엠마는 완주 뒤 유명세에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왜 그 먼 길을 걷느냐는 물음에 그는 늘 "그냥, 하고 싶으니까요"라고 답했다. 사람들의 환호보다 그가 바란 것은 평화와 고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한 혼자만의 발걸음이었다.
77세에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세 번 완주한 최초의 인물이 되고, 84세까지 길을 정비한 엠마의 삶은 나이와 장비, 체력의 상식을 흔든다. "그저 한 발을 먼저 내딛고 그다음에 다른 발을 내디디면 된다"는 태도가 이 책의 가장 오래가는 문장으로 남는다.
△ 게이트우드 할머니의 발자국/ 벤 몽고메리 지음/ 우진하 옮김/ 수오서재/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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