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메신저 백'
문학동네가 248번째 시집으로 박상수 시인의 '메신저 백'을 펴냈다. 박상수의 다섯번째 시집인 이 책은 사라질 듯 희미해진 시간과 몸을 통과한 끝에 타인에게 닿으려는 온기와 희망을 담았다.
'메신저 백'은 총 7부 45편의 시와 1편의 산문으로 짜였다. 시집은 절망과 실망, 소외와 탈진을 오래 통과한 화자의 목소리를 붙들면서도, 그 끝에서 누군가에게 건네질 메시지와 온기를 놓지 않는다.
이번 시집의 밑바탕에는 시인이 직접 말한 "삶의 가장 힘들었던 5~6년"이 놓여 있다. 존재가 그냥 희미하게 없어지는 것 같은 시절과 그 시간을 겨우 견딘 몸의 감각이 시편들 전반에 번져 있다. 그래서 화자는 쉽게 낙관하지 않지만, 끝내 완전히 무너지지도 않는다.
1부에서 3부까지는 박상수 시의 오래된 오브제와 젊은 화자의 감각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 준다. '후르츠 캔디 버스'를 떠올리게 하는 빈티지한 사물과 여름, 서촌, 작은 선물 같은 이미지가 반복되며 상실과 생기를 함께 밀어 올린다. 과거의 반짝임이 닳고 바래는 순간에도 시는 그 자리에 남은 정동을 끝내 버리지 않는다.
[신간] '메신저 백'
4부와 5부로 가면 화자의 상처는 더 선명해진다. 언제든 밀려날 수 있는 한줌의 사람, 닳아버린 진심, 실패한 기분 같은 언어가 시집의 중심을 통과한다. 그럼에도 시는 타인을 비난하는 대신 자기 안의 부정성과 시대의 불합리까지 껴안으려 든다.
이 시집의 큰 힘은 상처를 고립으로만 밀어붙이지 않는 데 있다. "이런 목소리도 누군가에 닿을까?"라는 시인의 말처럼, 화자는 늘 자기 바깥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손짓은 약자와 소수자, 부당한 삶 속에서도 지치지 않으려는 존재들에게 미세하지만 또렷한 신호로 읽힌다.
6부와 7부에서는 번아웃과 회한이 오히려 성숙한 목소리를 만드는 동력으로 바뀐다. 차분한 나날과 믿음, 병문안과 수목장, 미래 시점과 끝말잇기 같은 시편들은 상실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감각을 밀도 있게 드러낸다. "좋아해요"라는 말이 떨리면서 흘러나오는 순간을 붙드는 태도도 이 후반부에서 더 깊어진다.
박상수는 2000년 '동서문학'에 시, 2004년 '현대문학'에 평론이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시집 '후르츠 캔디 버스' '숙녀의 기분' '같이 있어' '너를 혼잣말로 두지 않을게'를 펴냈고, 현대문학상과 김종삼시문학상, 젊은평론가상을 받았다.
△ 메신저 백/ 박상수 지음/ 문학동네/ 1만2000원
[신간] '메신저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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