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퓰리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을 수상한 다이앤 수스 미국 시인의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한국어판이 나왔다.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만나는 이번 시집은 삶의 밑바닥과 고통, 욕망과 사랑을 128편의 소네트에 밀도 높게 담았다.
이 시집은 형식의 절제와 내용의 폭발이 함께 밀고 나간다. 미국 중서부의 척박한 삶부터 도시 보헤미안의 분투, 여성 예술가의 회고까지 길게 뻗는 서사가 14행 안에 눌러 담겼다. 계급과 빈곤, 신체와 중독, 실패와 상실, 폭력과 젠더, 죽음과 사랑이 한꺼번에 응축된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다이앤 수스의 시집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원제는 'frank: sonnets'다.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에 수출된 작품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번역 출간됐다.
수스의 시는 삶의 주변부를 피하지 않는다. 가난한 노동계급의 기억, 중독과 낙태, 질병과 죽음, 성적 욕망과 수치심까지 날것 그대로 길어 올린다. 그럼에도 이 시는 청승이나 자기연민으로 흐르지 않고, 오히려 비정한 현실을 정면으로 노려보는 힘을 만든다.
책 제목은 수록작 '소네트는, 가난처럼'의 한 구절에서 왔다. "소네트는, 가난처럼, 없이도 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가르쳐준다"는 문장이 이 시집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삶에서 덜어낼 수 없는 것들과 끝내 손에 쥐려는 것을 함께 물고 가는 태도다.
다이앤 수스는 현대 미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2021년 이 시집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함께 받았다. 2020년 구겐하임 펠로로 선정됐고 미국 예술·문학 아카데미 존 업다이크상도 받았다. 번역은 시인이자 번역가 황유원이 맡았다.
이번 한국어판은 번역과 편집에도 공을 들였다. 방대한 인명과 지명, 문화적 맥락을 돕기 위해 244개의 미주를 붙였고, 역자와 편집자가 주고받은 메모만 1000여 개에 이른다.
△ 한 손엔 똥을, 한 손엔 소원을/ 다이앤 수스 지음/ 황유원 옮김/ 김영사/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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