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트 X' 연출 "서울, 깔끔한 도시…사람들 튀는 걸 꺼리죠"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06일, 오전 07:00

리모트 서울ⓒphotograsshopher(GS아트센터 제공)

"서울은 깔끔하고 잘 정돈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공공장소에서 행동이나 목소리를 절제하는 사람들의 능력도 뛰어났고요. 그러면서도 튀는 것을 대체로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일의 공연 연출가 외르크 카렌바워(59)가 서울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는 지난 3일 개막한 관객 참여형 공연 '리모트 서울'(Remote Seoul)의 연출가이자 작가다.

'리모트 서울'은 2003년 시작된 '리모트 X'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독일의 창작 집단 '리미니 프로토콜'과 카렌바워가 협력해 만든 작품으로, 30~50명의 참여자가 헤드폰을 착용한 채 인공 음성 안내에 따라 도시를 탐험하는 것이 공연의 뼈대다.

'리모트 X'는 지난 13년간 베를린을 시작으로 뉴욕, 밀라노, 상하이 등 전 세계 약 65개 도시에서 펼쳐지며 새로운 관객 경험을 선사하는 공연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는 "피할 수 없는 자기 성찰을 제공한다"고 평한 바 있다. 한국에서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모트 서울'은 분주한 강남 일대를 무대로 펼쳐진다. 30명의 참여자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출발해 도보와 지하철로 약 120분간 도시를 가로지른다. 약 7km의 거리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음성 안내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동작을 취하고, '순응'과 '불순응'의 갈림길에 서며, 순식간에 '배우'로 변신한다. 그야말로 관객의 위치를 넘어 새로운 '공연 근육'을 깨우는 시간이다.

외르크 카렌바워ⓒhanyeon.lee(GS아트센터 제공)

"현충원에서 출발하는 이유는"
외르크 카렌바워는 '리모트 X'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그룹이 인공지능(AI)과 소통하며 공연할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 초기에는 AI 기술이 많이 활용되지 않았던 때라, 약 2800개의 문장을 배우가 녹음한 뒤 음절 단위로 잘라, 최대한 인공적으로 들리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공 음성의 지시에 따라 관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공연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리모트 서울' 작업을 위해 그는 지난해 12월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일주일간 서울에 머물며 리서치를 진행한 그는 "묘지에서 출발해 점차 생동감 있는 도시로 뻗어나가는 경로 옵션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S아트센터팀이 국립서울현충원 등 장소 진입 허가를 받으며 옵션이 줄었고, 사운드 디자이너 등과 협력을 거쳐 지금의 드라마가 완성됐다"고 했다.

현충원에서 출발하는 이유에 대해 "묘지나 공원처럼 조용한 공간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 의도"라며 "이 공연엔 '사후에 우리 삶은 어디로 향하는가'라는 주제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서울뿐 아니라 '리모트 뉴욕'은 브루클린의 그린우드 공동묘지에서, '리모트 베를린'은 미테 지구에 있는 성 헤드비히 공동묘지에서 출발한다.

리모트 서울ⓒphotograsshopher(GS아트센터 제공)

이 같은 의도는 제목에도 반영됐다. 그는 "영어 '리모트'(remote)라는 단어에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며 "첫 번째는 관객이 걸어 다니며 원격으로 조정된다는 뜻이고, 두 번째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재부팅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원이나 묘지에서 출발해 도시를 걷는 과정이 재부팅이자 생각의 전환을 경험하는 여정"이라고 덧붙였다.

13년간 '리모트 X'를 이어오며 느낀 점에 대해서는 "도시마다 관객 반응과 문화가 모두 달라, 그 차이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 큰 배움이자 특권"이라며 "극장에서만 일하는 예술가라면 보기 어려운 관객의 다양한 반응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리모트 서울'은 오는 5월 10일까지 매주 금, 토, 일요일 진행된다. 일요일 오후 4시 회차는 한국어와 영어로 제공된다.

'리모트 서울' 포스터(GS아트센터 제공)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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