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쩌면 문학이 아닐지도 몰라'
'어쩌면 문학이 아닐지도 몰라'는 문학과 인공지능(AI)의 유의미한 만남을 이끌어내기 위해 '생성언어예술'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책은 거대언어모델(LLM) 시대에 인간과 AI의 언어 혼종이 어떤 새로운 문학적 형식과 감각을 낳을 수 있는지 이론과 실험을 함께 묻는다.
공저자들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고유한 언어적 특성을 지닌 '문학기계'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챗GPT 같은 생성형 AI가 기존 텍스트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글을 생산하는 시대에, 문학의 정의와 역할 자체가 다시 질문받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문학과 AI를 결합할 것인가'라는 찬반의 문제를 넘어, 그 만남이 어떤 언어예술을 낳을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살핀다.
핵심 개념은 '생성언어예술'이다. 저자들은 이를 AI를 통해 생성된 문학 또는 언어예술로 규정하며, 기존 문학 개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텍스트의 등장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텍스트를 쓰는 '작가'와 읽는 '독자'의 개념 역시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책은 문학과 AI의 만남을 이론만으로 다루지 않는다. 1부 '생성언어의 자기장 속으로'에서는 인공지능 이전부터 등장한 여러 문학기계의 발명 사례와 기계적 예술관을 검토하고, 언어기계로서의 거대언어모델과 언어예술로서의 문학이 어떻게 교접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 기술의 작동 원리까지 문학적 관점에서 다시 비춰 보는 대목이 이 책의 바탕을 이룬다.
2부 'AI 문학기계 실험실'은 더 직접적이다. 저자들은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생성언어예술의 가능성과 방향을 탐색하고, 기존 실험 사례도 함께 분석한다. AI가 기존 문학 양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어떤 새로운 형식과 감각을 만들 수 있는지, 실제 실험을 통해 보여주려는 파트다.
3부 '아직 오지 않은 생성언어예술'에서는 아직 완전히 도래하지 않은 문학의 미래를 상상한다. 생성언어예술의 이론적 배경과 구축 방안을 살피고, 인공지능 시대에 문학 창작의 개념과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적한다. 마지막 좌담에서는 "인간은 왜 인공지능으로 문학을 구현하려 하는가?", "인공지능은 저자로서의 자격을 지니는가?" 같은 질문을 정면으로 던진다.
권보연은 AI 시와 개념예술의 실험을 통해 인간과 AI가 단순한 명령 관계를 넘어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는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허희가 제시하는 '생성수행예술' 역시 인간과 생성형 AI를 독립된 별개의 주체로 보지 않고, 관계 속에서 의미가 생겨나는 과정에 주목한다.
'어쩌면 문학이 아닐지도 몰라'는 AI와 문학의 관계를 단순한 위기론이나 낙관론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신은 어떤 작가이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을 되돌려주며, 인간과 AI의 공존 속에서 문학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묻는다. 문학의 본질을 지키려는 고민과 문학의 경계를 넓히려는 실험이 한 권 안에서 팽팽하게 맞물린다.
△ 어쩌면 문학이 아닐지도 몰라/ 권보연·김언·허희 지음/ 리메로북스/ 2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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