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부산, 강희수 기자] 사람이 달라지려면 몇 단계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사람의 생각을 달라지게 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달리기’라고는 군복무 시절 기상 구보가 마지막이었던 기자에게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그 시작은 어떤 ‘계기’였다.
지난 1월 말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4월에 있을 ‘제13회 기브앤 레이스(GIVE ’N RACE)’의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냈다. 그리고 현장 취재에 나설 기자단을 모집한다는 소식도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전해졌다.
“요즘 달리기가 유행이라던데, 이 참에 나도 러닝을 시작해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행여나 늦을세라 서둘러 지원 메일을 보냈는데, 마침 선발이 됐다.
선착순으로 2만명을 모집하는 참가자 신청 사이트는 말그대로 난리가 났다. 기부를 위해 5만 원의 참가비를 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15분만에 2만 자리가 순식간에 동났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주최하는 ‘기브앤 레이스’는 지난 2017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달리기 열기가 지금같이 뜨겁지는 않았다. ‘기브앤 레이스’도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주최하는 여러 사회공헌 활동 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개최 장소도 부산 광안리 일대가 아니라 서울 한강공원, 상암, 여의도 등지였다. 달리기 대회와 별도로 자전거를 타는 바이크 대회도 있었다. 달리기 코스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한 때는 21km 하프 마라톤 코스도 있었고, 3km 걷기 코스도 있었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달리기’를 통해 ‘기업 시민’이라는 의식을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이런 인식이 기브앤 레이스라는 사회 현상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물론 초기에는 기브앤 레이스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제품 홍보에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벤츠의 순수 전기차 브랜드였던 ‘EQ’ 차량을 레이스 리드카로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6년의 기브앤 레이스에서는 ‘자동차 회사 벤츠’의 존재는 의도적으로 지워졌다.

계기를 받아들인 다음에는 ‘목표’가 세워져야 한다.
8km 코스에 지원한 기자는 목표를 ‘완주’로 잡았다. 조금씩 걷는 한이 있더라도 차량에 실려오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의 공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200미터도 달리기가 힘들었다. 이내 숨이 차고 허벅지에 통증이 올라왔다. 그대로 4월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조금씩 달리는 거리를 늘리기로 했다. 그렇게 몇 달을 달렸다. 한 번에 달릴 수 있는 거리도 눈의 띄게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의 기브앤 레이스 ‘목표’도 10년이 돼 가면서 뚜렷히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출발부터 기브앤 레이스(GIVE ’N RACE)의 목표는 ‘GIVE’이기는 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시설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마침 ‘GIVE’는 한국어의 ‘기부’와도 발음이 비슷했다. 대회 출전자들이 내는 참가비 전액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기부 문화’를 뿌리내리는 행사로 만들어가겠다는 목표가 분명했다.
초기에 잠깐 드러냈던 제품 홍보의 목적은 이내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기대 이상으로 커지고 있는 참가자들의 호응 앞에 제품 홍보 의도는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기부 문화 확산과 ‘기업 시민’의 책임을 앞세우기 시작했다. ‘기브앤 레이스’ 참가자들에게 달리는 것이 곧 나와 남을 돕는 것이라고 반복해 이야기 했다. 그래서 등장한 슬로건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다. 벤츠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실어나르는 도우미다.

우연한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완주라는 목표를 세우기는 했지만 막상 처음 도전하는 8km 레이스는 기자에게 힘든 과정이었다.
4월 5일 이른 아침, 부산 벡스코 현장.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그룹별로 순차적으로 출발을 했다. 부산 벡스코 야외광장을 출발해 광안대교를 지나 광안리 해수욕장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코스는 8km짜리였지만 10km 코스를 선택한 이들은 코스 중간에 2km를 더 연장해서 달렸다.
광안대교를 오르는 구간은 오르막이었다. 1차 고비가 빠르게 찾아왔다. 그래도 두 달간의 훈련은 꽤 효과가 있었다. 보폭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주변 경관이 주는 응원효과도 있었다. 광안대교를 달리며 내려다보는 경치는 차를 타고 지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전날 비가 내린 덕분에 공기는 더없이 맑았다. 간간이 하늘에 떠가는 구름은 하늘색을 한층 푸르게 했다.
오르막 구간을 지나면 내리막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한계치를 버텨 나갔다. 간간이 걷기도 하며 6km 지점을 지나는데,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걷는 것조차 고행이었다. 남은 구간 2km는 머나먼 세상이었다. 주변에서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다리 위 곳곳에서 안내와 안전 임무를 맡은 행사 스태프들이었다.

그런데 “힘내세요”하는 응원 소리는 광안대교 구간이 끝나고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해안도로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행사 스태프도 아니었다. 동네 주민이었고, 산책 나온 시민들이었다.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구간을 달리는 사람들도, 그들을 응원하는 시민들도 모두가 ‘크루’였다.
‘크루(CREW)’는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가장 원했던 단어인지도 모른다. 기브앤 레이스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그리고 그 행사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크루’가 되는 큰 그림을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식전, 식후 행사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마티아스 바이틀 의장이 무대에 올랐을 때, 레이스 참가자들의 환호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마티아스 바이틀 의장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이기도 하다.

목표한 구간을 완주한 이들에게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이 찍한 메달을 준다. 환경을 생각해 목재로 만든 소박한 메달이지만 목표를 이룬 이들에게 이 기념품은 올림픽 금메달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변화’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가족들을 끌어들여 ‘러닝 크루’를 만들기로 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한 회사 근처 달리기도 계속하겠지만,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한강 공원을 달리기로 했다. 기브앤 레이스를 계기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끌어내는 결말이 의미가 있어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또 다른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기브앤 레이스’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공헌 활동을 찾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활동이 시민 개인에게 ‘계기’를 만들어 주고 그들로 하여금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 어떤 활동도 박수받을 일이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