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현 '합리적 가격의 명작'…테무 구매한 일상용품으로 현대미술 재해석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06일, 오후 12:19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작 '코미디언'(Comedian)과 남다현 작가의 재해석 작품(오른쪽)

남다현 작가(30)가 바나나 모형과 테이프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남 작가가 선보인 작업은 갤러리 벽에 덕트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한 개로 거센 논쟁을 불러온 카텔란의 '코미디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는 테무에서 구한 재료를 이용해 이 유명작을 재해석했고, 이를 통해 원작의 권위와 예술의 값어치를 다시 묻게 했다.

이 작품은 '합리적 가격의 명작 프로젝트'(Project Affordable Masterpiece)다. 현대미술계에서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일상용품으로 다시 만드는 시리즈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에서 전시됐고 일부 국내 미술관에는 상설 전시하고 있다. 스위스와 폴란드의 아트페어와 미술관에서도 소개되며 해외 관객과도 만났다.

남 작가는 테무를 전면에 내세운 작업도 따로 꾸렸다. 그는 '모마 프롬 테무'(MoMA from TEMU)라는 제목으로 2024년 서울 '공간 황금향'에서 이 시리즈를 처음 선보였다. 뉴욕 현대미술관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부터 이미 원작과 복제, 권위와 접근성의 문제를 한꺼번에 건드린다.

뉴욕 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마크 로스코의 '무제'(Untitled)와 수세미로 제작된 남 작가의 재해석 작품(오른쪽)

그는 테무뿐 아니라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소매점에서도 재료를 구하고, 최근에는 폐자재와 폐차 부품까지 작업에 끌어들이고 있다. 작업 방식은 유명 박물관과 갤러리의 홈페이지 사진, 도록 등을 참고해 원작을 고른 뒤 테무 같은 온라인 마켓을 뒤져 시각적으로 닮은 특징을 구현할 재료를 찾는다.

마크 로스코의 '무제'를 위해서는 비슷한 톤의 수세미를 겹겹이 쌓았고, 제프 쿤스의 '풍선 개'를 위해서는 장난감용 요술 풍선을 썼다.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는 한국 브랜드 상자 패키지로 다시 만들며 지역적 결도 덧입혔다.

일상 사물로 미술을 만든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르셀 뒤샹은 공장에서 나온 소변기를, 워홀은 통조림 캔을, 카텔란은 바나나와 테이프를 작업에 올렸다. 남 작가의 차이는 재료를 구하는 장소에 있다. 한 세기 전 작가들이 철물점과 슈퍼마켓을 뒤졌다면, 그는 스마트폰 속 애플리케이션을 누른다.

그는 지난 3월 9일 IBK기업은행 신진 작가 지원 프로젝트 'IBK 아트스테이션'에서 '초특가전'(Limited Time Only! Super Sales Event!)'이라는 개인전도 열었다. 해당 전시에는 기존 연작과 함께 백남준의 로봇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은 3m 높이의 신작 '로봇 K-소비자'도 포함됐다.

남 작가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 그 찰나에 예술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작품을 누가 만들었느냐보다 관객이 무엇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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