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물가의 아이들'
전춘화 작가의 첫 장편소설 '우물가의 아이들'은 조선족 10대 아이들의 따스하고 역동적인 성장기를 담아냈다. 이 소설은 2000년대 초 연변조선족자치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정체성과 가치관이 부딪치고 어우러지는 풍경을 경쾌하게 펼친다.
중심인물은 홍희와 경매 그리고 왕두다. 홍희는 완고한 민족 역사학자 할아버지와 현실 적응을 중시하는 부모 사이에서 흔들린다. 경매는 한국으로 일하러 간 엄마를 그리워하고, 한족 아이 왕두는 조선족 성지인 우물가에 만두를 팔러 오며 아이들의 세계 안으로 들어온다. 서로 다른 위치에 선 세 아이는 조금씩 서로를 흔들고 바꾼다.
소설의 첫 장면은 할아버지 앞에서 자기소개를 연습하는 홍희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할아버지의 말은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질문이 된다. 홍희는 이 질문 앞에서 자기 자리를 찾으려 애쓴다.
[신간] '우물가의 아이들'
장기(將棋) 역시 중요한 축이다. 할아버지에게 장기는 삶의 지혜와 기억을 전하는 도구이고, 엄마에게는 아이가 세상에서 살아갈 기술이며, 봉호 선생님에게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다. 홍희는 장기판 위에서 승부를 배우는 동시에 여러 세계 사이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익혀 간다.
작품의 배경인 연변의 풍경도 또렷하다. 교실에서는 사회주의를 배우지만 아이들은 젝스키스와 핑클, 드라마와 예능을 거의 동시간대에 즐긴다. 부모 세대는 한국으로 일하러 떠나고, 아이들은 국경 안과 밖이 겹쳐진 현실 속에서 자란다.
우물가는 이 소설의 핵심 공간이다. 조선족의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품은 장소이자, 한족과 한국인, 아이들과 어른들이 뒤섞이는 약동의 자리다. 놀이터이면서 쉼터이고, 기억이 머무는 공간이면서 새 이야기가 흘러드는 자리라는 점에서 작품의 상징성을 키운다.
전춘화는 조선족의 역사와 문화대혁명,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과 갈등을 아이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포갠다. 무거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생활의 결 속에 녹여내며, 외로움과 혼란을 다루는 순간에도 유머를 놓지 않았다.
소설 '우물가의 아이들'은 조선족이라는 소수자성을 걸림돌이 아니라 삶을 밀어 올리는 디딤돌로 바라보게 한다.
△ 우물가의 아이들/ 전춘화 지음/ 강소연 그림/ 너머학교/ 1만6500원
[신간] '우물가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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