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대한민국 걷기 열풍’ 일으킨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별세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07일, 오후 07:24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을 일으키며 제주올레 길을 개척한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이 7일 별세했다. 향년 68세.

제주 서귀포 출신인 서 이사장은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언론계에 투입되어 정치부 여기자 1세대로 활약했다. 시사저널 등 주요 시사 매체에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편집장을 역임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故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사진=제주올레)
22년간의 치열한 기자 생활 끝에 몸과 마음이 지쳤던 그는 2006년 무작정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다. 800km를 걸으며 ‘치유와 성찰’의 시간을 경험한 서 이사장은 고향 제주에 이 같은 길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2007년 귀향했다.

그해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광치기 해변을 잇는 ‘제주올레 1코스’를 처음 열었다. 서 이사장은 행정 주도의 개발이 아닌,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가 주체가 되어 옛길을 살려내는 민간 주도 방식을 고집했다. 곶자왈과 해안, 마을을 잇는 생태적 도보 여행길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철학은 2022년 27개 코스, 총 길이 437km의 제주올레 완성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는 생전 “지친 현대인들이 원하는 길은 세련된 산책길이 아니라 자연이 숨 쉬고 조상의 숨결이 배인 소박한 흙길과 돌길”이라며 제주 고유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데 앞장섰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사회혁신가 네트워크인 ‘아쇼카 펠로우’에 선정됐고 2017년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서 이사장은 제주올레의 가치를 국내에 머물게 하지 않고 일본 규슈와 미야기, 몽골 등지로 수출하며 ‘길’을 통한 국제적 공존과 우정을 실천해왔다. 그는 평소 “올레길은 나 자신의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운 행복한 종합병원”이라고 말하며 걷기를 통한 심신의 회복을 강조해 왔다.

안은주 제주올레 대표는 “누군가에게는 힘과 희망, 치유가 된 이 길을 내어준 이사장을 제주올레를 사랑하는 많은 분과 함께 깊이 추모한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동생 서명환·서동철·서동성·서명선씨 등이 있다. 빈소는 제주 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9시 제주올레 6코스에 위치한 서복공원 잔디광장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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