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뭉클한 감동을 주는 책”이라고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17쇄를 찍으며 신인 작가로는 이례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이후 두 번째 에세이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연작 소설집 ‘나의 어린 어둠’을 잇달아 펴냈다. 이번에는 신작 소설 ‘용궁장의 고백’을 통해 천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온 관계 내 폭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조 작가는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어느 순간 가해자가 되고, 폭력이 되물림되는 구조를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사회가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승리 작가(사진=달출판사).
신작의 배경은 신도시 재개발 지역 한복판에 있는 낡은 모텔 ‘용궁장’이다. 정비된 도심과 대비되는 이 공간에서 어느 날 투숙객 전원이 숨지는 화재가 발생하지만, 장례식장에는 곡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작품은 이 사건을 중심으로 가족 내부에 잠재된 폭력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오랜 학대와 편애가 빚어낸 가족 간 갈등이 서사의 중심이다. 피해자·가해자·설계자·생존자·조력자 등 서로 다른 인물들이 같은 사건을 각자의 시선에서 풀어낸다. 시선에 따라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읽히는 점이 작품의 묘미다.
이야기는 70대 시각장애인 동료의 사연에서 출발했다. 조 작가는 “가족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 그 분에게 노모의 부양을 맡겼다’고 하더라”며 “보호의 대상이 오히려 부양의 당사자가 되는 현실의 모순을 듣고 구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을 들인 대목은 ‘설계자의 고백’이다. 용궁장을 사들인 신도시 교회 장로 ‘오 장로’와 그의 딸 ‘신주’는 작품 속 인물들을 하나로 엮는 중심 축으로, 버려진 이들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사건의 배후를 형성한다. 조 작가는 “신주는 흔히 떠올리는 치밀한 사이코패스라기보다는 어딘가 결핍이 있는 인물”이라며 “설계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용궁장은 우리 사회가 숨기고 싶은 관계와 이면, 부인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의 상징이다. 그는 “재난은 언제나 소외된 곳을 가장 먼저 덮치고, 그 목소리는 너무 빨리 잊혀진다”면서 “지워진 목소리를 다시 건져내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조 작가의 집필 과정은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입출력이 가능한 점자 단말기(시각장애인용 노트북)를 활용해 원고를 쓰고, 이를 음성으로 다시 들으며 수 차례 퇴고 과정을 거친다.
그는 “나의 시각적 기억은 20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현재를 쓸 때는 타인의 눈을 빌려 설명을 듣고, 나머지는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용을 기억하며 다듬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구상이 끝나면 한 달 안에 원고를 완성하는 편이라 편집자들 사이에서 ‘폭주 타자기’로 불린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게 ‘글쓰기’는 보이던 시절의 기억과 현재를 잇는 통로다. 조 작가는 “에세이를 쓸 때는 과거로 돌아가 다시 사는 느낌이 들고, 소설을 쓸 때는 새로 태어나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조 작가는 1986년생이다. 그의 이름 ‘승리’는 어머니가 ‘1986 서울 아시안게임’을 보며 지어줬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이제는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작가가 됐다. 조 작가는 “자전적 이야기는 그만 쓰려 했는데, 북토크 행사에서 독자들이 계속 들려달라고 요청했다”며 “가을께 다시 에세이로 풀어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