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불안한 넷플릭스發 '스트림플레이션'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전 06:00

[이데일리 윤종성 문화부장] 넷플릭스가 북미 지역 요금제를 또 상향 조정했다. 광고 없는 스탠다드와 프리미엄 요금제는 각각 19.99달러, 26.99달러로 기존 요금에서 2달러씩 올리고,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 가격은 기존 월 7.99달러에서 8.99달러로 1달러 인상했다. 지난해 1월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다시 올린 것이니, 소비자 입장에서 넷플릭스의 요금 인상은 ‘연례행사’ 격이다.

◇시장 지배력 믿고 해마다 ‘요금 인상’ 추진

그간 넷플릭스가 북미지역의 가격을 먼저 올린 뒤 3~9개월 시차를 두고 주요 국가에 순차 적용해왔기에 다른 국가의 요금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의 요금제 인상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민간기업의 정책이란 게 언제든 뒤집힐 수 있기에 안심하기 이르다. 요금 인상 발표후 이란 전쟁 격화에도 꿋꿋하게 우상향하는 주가를 보면서 경영진의 자신감도 충만해졌을 터다.

넷플릭스가 연례행사로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 있다. 넷플릭스는 3억 2000만 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점유율은 약 35% 수준으로,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HBO 맥스, 파라마운트 플러스 등 글로벌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등이 안간힘을 써도 넷플릭스의 적수는 못 된다.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웬즈데이’ 등 다수의 드라마·영화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최근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무대인 ‘BTS 컴백 라이브:아리랑(ARIRNAG)’.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등 라이브 중계으로 영역을 넓히며 미디어 전반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넷플릭스 입장에선 구독자들이 잠깐 투덜대더라도 결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만하다. 하지만 투자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없이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가격을 올리는 ‘쉬운 길’을 택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새로운 영역에 손을 뻗치며 생긴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구독자들에게 전가한 꼴이다.

◇요금 인상 사전 신고 등 ‘가격 규제’ 필요

넷플릭스의 잦은 요금 인상은 경쟁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독과점 시장 진입의 신호로도 읽힌다는 점에서 더 우려된다. 어쩌면 넷플릭스 주도의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Streamflation)은 소비자들이 맞닥뜨리는 ‘가장 작은 독과점 폐해’일 수 있다. 소비자의 지갑을 야금야금 더 털어가는 조용한 약탈, ‘스트림플레이션’ 다음에는 경쟁사들을 제거해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고, 콘텐츠산업 생태계 자체를 플랫폼에 종속시켜 버리는 섬뜩한 시나리오도 그려진다.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합리적인 가격에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즐기게 해줘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넷플릭스는 ‘콘텐츠 공룡’ 시기를 지나, 이젠 미디어시장을 독식하려는 ‘괴물’의 형상이 비쳐진다. 요금 인상 시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에 사전 신고하는 방향으로 가격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당한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도 다시 불 지필 때가 됐다. 무엇보다 경쟁 촉진을 위한 토종 OTT 지원·육성이 절실하다. 가만히 있으면 넷플릭스가 ‘통제불능 괴물’로 진화하는 건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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