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이 곧 콘텐츠"…K패션, 상하이서 '체류형 리테일' 통했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08일, 오후 05:13

[이데일리 김지우 기자] 국내 패션 기업들이 중국 상하이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를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닌 ‘체류형 리테일’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가 공간에 오래 머무르며 경험을 쌓고, 이를 소셜미디어(SNS) 콘텐츠로 확산시키는 구조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헤지스 '스페이스H' 플래그십 스토어에 방문객들이 몰려있다. (사진=LF)
8일 업계에 따르면 LF(093050)가 운영하는 패션브랜드 ‘헤지스’는 지난달 상하이 신천지에 글로벌 플래그십 ‘스페이스H 상하이’를 열었다. 이 매장은 브랜드 핵심 스토리인 ‘영국 로잉 클럽 문화’를 공간 전체에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1층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체험하는 공간, 2층은 전시와 영상이 결합된 스토리 공간으로 구성했다. 대형 로잉 오브제를 배치해 매장 전체가 하나의 콘텐츠처럼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실제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오픈 이후 누적 방문객은 약 1만명으로, 이 중 19~35세 비중이 85%에 달했다. 중국 대표 SNS 플랫폼 샤오홍슈에서는 관련 콘텐츠 노출 수가 약 1500만회를 기록했다. 방문 경험이 온라인 콘텐츠로 재생산되며 브랜드 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는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헤지스 스페이스H 상하이 오픈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성장했다.

LF는 수입 브랜드 역시 상하이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 헤리티지 브랜드 바버의 글로벌 첫 팝업을 상하이 서안 지구 ‘게이트 M’에서 진행했다. 텐트, 음악, F&B를 결합한 페스티벌형 콘텐츠로 구성한 이 팝업은 3일간 약 1만명이 방문했다. 해당 기간 매출은 전월 대비 약 90% 증가했고, 1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약 30% 늘었다.

LF 관계자는 “상하이는 글로벌 브랜드가 공간 전략을 실험하는 전진기지”라며 “헤지스 플래그십 역시 판매 중심이 아닌 브랜드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경험하는 ‘브랜드 하우스’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K패션 브랜드에서도 확인된다. 젠틀몬스터는 2021년에 오픈한 상하이 플래그십을 2024년 ‘하우스노웨어’로 재탄생시켰다. 4개 층 전체를 브랜드 세계관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1~2층은 아트 오브제와 제품 전시, 누데이크 카페가 결합된 복합 공간이며, 탬버린즈와 전시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4층은 전시 공간과 테라스로 꾸며 체험 요소를 확장했다.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아트 플랫폼’에 가깝다는 평가다.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 관계자는 “기존 리테일 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정형화된 관점에서 벗어나 앞으로 지향해야 할 ‘퓨처 리테일’을 새롭게 탐구하고 제안한 효과”라고 말했다.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13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9% 증가했다.

중국 상하이 한복판에 위치한 배 모양의 루이 비통 '더 루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독자 제공)
이 같은 전략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상하이 신천지, 안푸루, 우캉루, 장원 등 주요 상권에서는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재해석한 독립형 매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루이비통, 펜디, 피아제, 브레게 등 브랜드는 매장을 넘어 건축물로 세계관을 나타내며,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매장 경쟁을 넘어 공간 자체로 브랜드의 세계관과 헤리티지를 설계하는 ‘체류형 리테일’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백화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브랜드가 직접 거리로 나서는 가두형 플래그십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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