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결인간'
김성달 작가가 구치소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미결수들의 삶과 내면을 밀도 있게 포착한 연작소설집 '미결인간'을 펴냈다.
'미결인간'은 단순한 범죄 서사보다 선고를 기다리는 시간의 감각에 더 오래 머문다. 구치소는 수감의 장소이면서도 각자의 기억과 후회, 두려움과 희망이 뒤엉킨 정지된 시간의 무대로 그려진다. 작가는 그 안에서 죄를 부정하는 사람, 이미 스스로를 유죄로 확정한 사람, 바깥과 단절된 채 무너지는 사람을 차례로 불러낸다.
가장 먼저 놓인 중편 '미결인간 K'는 이 연작의 중심축이다. K는 구치소를 떠나 선고 공판장으로 향하는 아침, 자신을 따라다니는 감시의 시선을 끈질기게 의식한다. 구치소 벽마다 떠도는 검은 눈알과 감시카메라, 양아버지의 시선이 겹치며 미결수의 시간이 얼마나 불안정한지 밀어 올린다.
K의 사연은 인애원 원생 감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공학도의 삶과 연결된다. 양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던 그의 행위는 사생활 침해와 인권 유린, 불법 기술 이전, 업무상 횡령으로 해석돼 구속으로 이어진다. 평생 보호 아래 있던 인물이 구치소에서 처음 '살아보지 못한 인간의 시간'을 겪는다는 점이 이 작품의 깊은 결을 만든다.
다른 작품들은 미결수라는 같은 처지 안에서 전혀 다른 인생의 무늬를 펼친다. '미결인간 N'은 묘선의 편지를 붙들고 삶을 다시 관조하는 60대 남성의 이야기다. '미결인간 O'는 "당신은 가족을 몰라"라는 아내의 말을 들은 뒤 망각 속에 봉인했던 가족의 형상을 손바닥에서 다시 느끼는 인물이다.
'S'와 'U'의 이야기는 더 거칠고도 선명하다. '미결인간 S'는 곧 보석으로 나갈 것이라 큰소리치던 인물이 끝내 그 약속을 이루지 못하며 웃음과 비극을 함께 끌어낸다. '미결인간 U'는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추위와 배고픔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노동과 생존의 밑바닥이 어떻게 한 인간의 판단을 오래 붙드는지 보여 준다.
'미결인간 Y'와 '미결인간 P'는 가족의 상실과 귀환 불가능성을 더 짙게 건드린다. Y는 아버지와 형, 약혼자와 아내를 거치는 상실 속에서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를 향해 걸어갈 용기를 생각한다. P는 출소 뒤에도 여전히 미결수의 감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가족이 함께 명탯국을 먹던 간절한 아침을 떠올린다.
'미결'은 연작에서 단지 법적 상태가 아니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떠 있는 존재 방식이자, 기억은 반복되고 미래는 지워진 정지 상태에 가깝다. 김성달은 그 시간을 통해 인간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붕괴시키는지 집요하게 따라가면서도, 인물을 쉽게 단죄하거나 변호하지 않는다.
△ 미결인간/ 김성달 지음/ 도화/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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