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 셰프
지난주 신문에서 우리나라의 엥겔지수가 30%를 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엥겔지수이니 식재료 가격이 오르면 지수도 동반 상승을 하게 된다. 올해부터 갑자기 시작된 현상은 아니지만 이러한 식료품 가격 상승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2026년의 또 다른 변화는 관세로 인한 가격 인하 효과다. 예전에 40%에 달하던 미국산 오렌지 관세는 올해부터 0%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 가 보면 미국산 오렌지 가격은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훨씬 저렴해져 국내산 한라봉, 레드향을 가격경쟁력에서 추월하고 있다.
실제 시장에 가 보면 블랙라벨 미국산 오렌지는 같은 가격의 국내산 귤에 비해 저렴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1만 원 기준으로 8~10개에 미국산 오렌지를 살 수 있다. 같은 가격과 크기를 비교해 봐도 훨씬 체감 가격대가 내렸다.
일반 가정에서는 후식으로 뚝딱 먹기 좋은 과일이지만 오렌지를 주스로 유통한 것은 냉장 시설의 보급이 있어 가능했다. 미국의 아침 식사는 나름의 격식이 있다. 베이컨, 팬케이크, 커피가 우리가 가장 편하게 접하는 미국 아침 식사이지만 오렌지주스도 커피 다음으로 중요한 음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식 아침 식사의 한 예. (필자 제공)
오렌지의 다양한 가공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전쟁이었다. 미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때 병사들의 비타민C 섭취를 장려하기 위해 오렌지주스를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처음엔 일단 바로 얼려서 녹여 봤는데 그 과정에서 특유의 상쾌한 매력은 사라지고 텁텁한 맛이 강해졌다.
그러다가 오렌지주스를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증발시키는 가공법을 개발하게 됐다. 이렇게 농축된 주스에 마지막으로 프레시한 주스를 섞어 농축 과정에서 잃어버린 향기를 더하고 냉동 처리를 한다. 1950년대에 냉동 농축 오렌지(FCOJ, frozen concentrated orange juice) 주스가 미국 가정에 퍼지면서 미국 아침식사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지금도 오렌지는 생과일 외에도 냉동 농축액이 교역을 통해 전 세계로 이동하면서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문화가 생겼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 유행했던 무가당 오렌지주스는 이런 농축액을 원료로 이용한 제품이었다.
반면에 오렌지주스를 바로 짜서 마시는 생착즙 방법도 여러 면에서 발전했다. 소규모 카페에서는 예전엔 바로 눌러서 짜는 수동기계가 있었다. 오렌지를 절반으로 잘라서 반원 모양의 틀에 넣고 손잡이를 누르면 된다. 수동으로 쓸 수 있고 소량 주문에 알맞은 방법이다. 그러다가 오렌지 알갱이를 살리기 위해 회전하는 원구 위에 잘린 오렌지 단면을 마찰시키는 방식을 쓴다.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의 알갱이를 살려서 식감 있는 주스를 만들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오렌지를 고르는 모습. (뉴스1DB) © 뉴스1 신웅수 기자
요즘 과일도 당이 낮은 것을 가려서 드시는 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은 주스보다는 생오렌지를 그대로 섭취해서 식이섬유까지 함께 먹는 편이 좋다. 이왕이면 껍질까지 먹는 방법도 있다. 얇게 썰어서 건조기에 말려서 먹으면 달콤쌉싸름하게 오렌지 영양을 통째로 살릴 수 있다.
오렌지 껍질은 꽤 두꺼워 음식물 쓰레기 배출 때 무게가 많이 나갈 수 있다. 이럴 땐 손가락 굵기로 썰어 햇빛에 두면 잘 말라 무게도 줄일 수 있다. 썰면서 손에 오렌지 향기가 가득해져 기분도 상쾌해진다. 튼실한 오렌지가 냉장고에 가득하니 마음도 여유가 생긴다. 통통하고 향기로운 오렌지로 식비도 절약하고 건강도 챙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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