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신경과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가 인간의 자유의지가 생물학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파격적인 결론을 신작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에서 제시했다. 새폴스키는 유전자, 환경, 호르몬이 빚어낸 결정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개인의 책임을 묻는 현대 사회의 공정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로버트 M. 새폴스키는 전반부에서 자유의지가 없다는 주장을 생물학의 연속체 안에서 밀어붙인다. 후반부에서는 그 결론을 개인과 사회가 받아들일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따진다. 과학 논쟁에 머무르지 않고 사법, 윤리, 능력주의 문제까지 끌고 가는 구성이 눈에 띈다.
새폴스키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바로 직전의 의도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몇 초 전의 감각, 며칠 전의 호르몬 변화, 유년기의 환경, 태아기 조건, 유전자와 진화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선택의 기원을 추적한다. 그 과정 전체가 이어진 결과일 뿐, 그 사이에 자유의지가 끼어들 틈은 없다는 것이 책의 핵심 논지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끌어온다. 졸업식장의 졸업생과 쓰레기통을 비우는 환경미화원의 삶을 바꿔 끼우는 사고실험은 운과 환경, 유전의 힘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배고픈 판사가 가석방을 덜 허가한다는 연구도 판단과 도덕이 얼마나 쉽게 신체 조건의 영향을 받는지 보여주는 장치로 배치된다.
새폴스키의 논쟁은 의지력과 성공 서사도 겨눈다. 그는 흔히 칭송받는 '그릿'조차 전전두피질과 생물학적 조건, 성장 환경의 산물이라고 본다. 노력과 성취를 순수한 개인의 공으로 돌리는 능력주의가 얼마나 취약한지 드러내는 대목이다.
중반부는 물리학으로 넘어간다. 새폴스키는 자유의지를 옹호하는 논자들이 기대는 카오스이론, 창발적 복잡성, 양자역학을 차례로 검토한다. 예측 불가능성이나 복잡성이 곧 자유를 뜻하지는 않으며, 무작위성 역시 의지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후반부는 더 불편한 질문으로 향한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인간에게 도덕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가, 범죄와 처벌은 어떻게 다시 설계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저자는 응보보다 격리와 회복, 재활에 무게를 두는 방향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본다.
이 문제의식은 사회적 불평등으로도 확장된다. 새폴스키는 누군가의 성공과 실패가 개인의 순수한 선택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생물학과 환경의 누적 효과라면, 특권과 빈곤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난과 질병, 범죄를 도덕적 결함으로 몰아가는 태도에 제동을 거는 셈이다.
저자 로버트 M. 새폴스키는 하버드대에서 생물인류학을, 록펠러대에서 신경내분비학을 공부했다. 현재 스탠퍼드대 생물학과와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스트레스와 영장류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다.
△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양병찬 옮김/ 문학동네/ 4만3000원
[신간]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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