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서 러닝 한 바퀴, 호텔서 뜨끈한 온천욕…"아, 잘 쉬었다"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06:00

지난 2일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이 스포츠웨어 브랜드 뷰오리와 협업해 진행한 러닝 행사 ‘선라이즈 바이탈리티 런’ 현장 (사진=파라다이스 호텔)
[해운대(부산)=글·사진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지난 2일 오전 8시,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아침의 서늘한 바닷바람을 뚫고 운동화 끈을 동여맨 투숙객들이 야외 가든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화려한 가운이나 수영복 대신 레깅스와 러닝화 차림이다. 이들은 간단히 몸을 푼 뒤 곧장 해변 산책로를 향해 첫발을 뗐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뷰오리’(vuori)와 함께 기획한 ‘선라이즈 바이탈리티 런’의 풍경이다.

이날 참가자들이 달린 거리는 호텔에서 달맞이길을 돌아오는 약 3.5km. 기록을 재는 시합은 아니지만, 현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 짧은 달리기 행사는 최근 국내 특급 호텔들이 마주한 ‘절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잘 꾸며놓은 객실과 조식만 맛있게 내놓으면 그만”인 시대는 끝났다는 위기감이 투숙객을 객실 밖으로 끌어낸 것이다.

지난 2일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이 스포츠웨어 브랜드 뷰오리와 협업해 진행한 러닝 행사 ‘선라이즈 바이탈리티 런’ 현장 (사진=파라다이스 호텔)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 비로소 파도 소리가 들리더군요. 관광객이 아니라 이 동네 주민처럼 해운대의 아침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기분입니다.” 대구에서 왔다는 김민경씨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달맞이길을 달릴 때 참가자들 곁으로는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민, 유모차를 끄는 가족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번 행사를 이끈 김덕원 코치는 “바다와 숲을 옆에 끼고 달리는 코스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심박수가 치솟는 순간 도심의 소음은 씻겨 나가고 오직 자신의 호흡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온천 스파 ‘씨메르’ 전경 (사진=이민하 기자)
러닝을 마친 이들의 종착지는 호텔 옥상의 오션 스파 ‘씨메르’였다. 아침 공기에 차갑게 식은 몸을 따뜻한 온천수에 담그는 순간, 긴장은 이완으로 바뀐다. 호텔 측은 ‘달리기-온천’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정교하게 짰다고 설명했다.

호텔들이 러닝 등의 웰니스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여행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웰니스인스티튜트(GWI)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웰니스 경제 규모는 약 6조 8000억 달러(1경 52조원)에 달한다. 특히 웰니스 관광 시장은 2030년 2조 달러(약 27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관계자는 “특급 호텔들의 하드웨어는 이미 상향 평준화됐다”며 “결국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점유하느냐의 경쟁인데 웰니스는 모처럼 호텔을 방문한 고객의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울 수 있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온천 스파 ‘씨메르’ 전경 (사진=이민하 기자)
물론 과제도 남는다. 이런 기획이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면 투숙으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름만 웰니스인 엉성한 상품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에게 금방 외면받기 십상이다. 결국 투숙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세밀하게 파고드느냐, 즉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호텔의 경쟁력을 가르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은 호텔을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닌 ‘경험하고 회복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추세”라며 “잠시 일상과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시간에 집중하며 회복하는 콘텐츠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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