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내게 오시네' (문학동네 제공)
세계적인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자전적 에세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부커상 수상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저널리즘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어온 저자가 30여 년간의 침묵을 깨고 내놓은 첫 회고록이다. 출간 직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을 수상, 로이의 가장 내밀하고도 강렬한 서사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어머니 '메리 로이'의 죽음이었다. 비틀스의 노래 가사에서 따온 제목처럼, 책은 강인하면서도 폭력적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애증의 기록이다. 무일푼 미혼모로 시작해 인도의 진보적 교육기관인 팔리쿠담 학교를 설립한 마피아 같은 여성 메리는 로이에게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동시에 탈출하고 싶은 어둠이었다. 로이는 어머니의 독재적인 성미를 견디며 세상을 관찰하는 작가적 시선을 길렀고, 결국 열여덟 살에 델리로 떠나 자신만의 자아를 구축했다.
책은 어머니의 장례식으로 향하는 여정 속에서 유년의 상처와 조우하고, 교육자로서 존경받는 '메리'와 딸의 가슴에 가시를 박은 '엄마' 사이의 틈을 메워간다. 또한 영화계에서의 이력, 첫사랑과 결혼, 카스트 제도의 병폐를 목격하며 작가로 거듭나는 성장 과정이 로이 특유의 세공된 문장으로 펼쳐진다. 특히 걸작 '작은 것들의 신' 속 인물들이 실제 가족 관계에서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은 독자들에게 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엄마는 나의 안식처이자 폭풍이었다"는 고백처럼, 로이는 이 회고록을 통해 가장 매혹적인 주제였던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작가로서의 뿌리를 재확인한다. 인도 현대사의 격동을 우아하게 헤쳐 나간 두 모녀의 이야기는 사적인 연대기를 넘어 인간의 자유와 글쓰기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아룬다티 로이가 자신의 '가장 안쪽'에서 꺼낸 이 뜨거운 고백이다. 작가를 사랑해 온 이들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간다.
△ 어머니 내게 오시네/ 아룬다티 로이 글/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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