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방소녀'
장편소설 '모방소녀'는 아빠의 병원비를 위해 대기업 총수의 딸 대신 시험장에 들어가는 '대리 수능'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학벌 지상주의를 정면으로 조명한다. 이 소설은 가장 공정해 보이는 입시 제도가 실제로는 계급과 자본의 영향을 어떻게 받는지, 그 벼랑 끝에서 한 소녀가 어떤 선택을 강요받는지 심리 스릴러와 사회파 미스터리 형식으로 밀어붙인다.
모범생 나영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교차로에서 벌어진 사고로 한순간에 미래가 뒤집힌다. 내신 1등급에 서울대 합격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영리는 수능을 치르지 못한 채 아버지의 혼수상태와 마주한다.
영리는 수능 미응시로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자동 불합격 처리된다. 3년 동안 쌓아 올린 성취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병원비와 생계를 감당하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처지로 내몰린다.
그때 아버지가 모시던 송 회장의 비서가 영리를 찾아와 뜻밖의 제안을 건넨다. 송 회장의 딸 초롬을 대신해 고3 2회차를 보내고 수능을 치러 달라는 요구였다. 초롬과 똑 닮은 얼굴, 서울대 합격이 따 놓은 당상인 성적을 갖춘 영리는 이 위험한 프로젝트의 유일한 적임자로 지목된다.
영리는 처음에는 이를 단칼에 거절한다. 그러나 쌓여가는 치료비와 전세금 인상 요구, 아버지의 응급 상황까지 겹치면서 결국 다른 이름으로 시험장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송 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초롬의 상류 사회 진입을 위해 대명고 수재들의 스터디 그룹 '하늘'에 들어가 유력 집안 자제들과 교분을 쌓으라고까지 요구한다.
그렇게 시작된 '카피캣 프로젝트'는 영리와 초롬, 두 소녀의 삶을 점점 더 복잡하게 얽어놓는다. 권력 내부의 균열이 드러나고 선택의 대가는 예상보다 깊고 무겁게 다가온다. 소설은 입시 스캔들을 넘어 욕망과 계급의 긴장을 끝까지 밀고 간다.
이 작품은 '대리 수능'이라는 자극적 장치에만 기대지 않는다. 학벌 지상주의와 능력주의 신화가 결합한 사회에서 더 좋은 대학과 더 안전한 계급을 향해 누군가를 끊임없이 모방해 온 우리의 모습을 정면으로 겨눈다.
△ 모방소녀/ 소향 지음/ 텍스티(TXTY)/ 1만84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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