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만 273명…프랑스 소설가 발자크 '유작 출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10일, 오전 09:09

[신간]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오노레 드 발자크가 남긴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전 2권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국내 초역 출간됐다. 작가 사후에야 완결된 이 작품은 273명의 등장인물과 50여 편의 전작이 얽히며 발자크의 거대한 예술 세계 '인간극'의 광활한 서사를 마무리한다.

민음사는 지난달 31일 발자크의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을 세계문학전집 489권과 490권으로 묶어 내놨다. 이 소설은 발자크 독자에게 낯익은 두 인물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고리오 영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범죄자 보트랭과 '잃어버린 환상'의 청년 뤼시앵이 다시 등장한다. 이들이 파리 사교계를 뒤흔들고 프랑스 사법 체계를 농락하는 과정이 서사의 중심축이다.

번역 제목도 눈길을 끈다. 원제는 그동안 '창녀들의 영광과 비참'으로 주로 알려졌지만, 이번 번역본은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을 택했다. 돈을 위해 자아를 파는 존재가 직업 창녀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더 정확히 드러내려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전체는 4부로 이뤄진다. 다만 작가 생전에는 1부부터 3부까지만 한 작품으로 묶였고, 4부는 작가 사후인 1869년 발자크 전집에서 비로소 편입됐다. 1부부터 3부가 뤼시앵의 후일담이라면 4부는 보트랭, 곧 자크 콜랭의 결말에 가까운 구조다.

집안의 수치로 밀려난 뤼시앵이 어둠의 지배자와 '파우스트 계약'을 맺고 파리 사교계로 복귀하는 설정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1권의 본격 서사는 에스테르라는 여인을 둘러싸고 전개된다. 뤼시앵의 사교계 성공을 위해 카를로스 에레라는 에스테르를 그의 곁에 둔다.

그런데 파리 금융계의 황제 뉘싱겐작이 에스테르에게 빠져들면서 상황은 크게 흔들린다. 에레라와 뤼시앵은 그 욕망을 이용해 뉘싱겐의 돈을 끌어들이고, 그 과정에서 사랑과 출세, 명예와 권력, 욕망과 거래가 한데 얽힌다.

2권은 에스테르의 죽음과 75만 프랑의 행방을 둘러싼 범죄와 사법의 대결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카를로스 에레라와 뤼시앵은 예심판사의 신문을 받는다.

발자크는 이 대목에서 프랑스 사법 체계와 범죄자의 세계를 밀도 높게 펼쳐 보인다. 상속법과 상법을 자주 다룬 작가가 형사법을 진지하게 전면에 세운 드문 작품이라는 점도 이번 번역본이 강조하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발자크가 연재소설의 호흡을 의식하며 빠른 장면 전환과 대화 중심 서술을 밀어붙인 만년의 대작이다. 여기에 273명의 등장인물, 50여 편의 전작, 91편에 이르는 '인간극'의 연결망이 겹겹이 얹힌다.

△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철의 옮김/ 민음사/ 각권 1만8000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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