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 '링'의 스즈키 고지, 16년만에 복귀…식물이 인류 지배한다면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10일, 오전 09:09

[신간] '유비쿼터스'

'링'으로 유명한 공포소설 작가 스즈키 고지가 16년 만의 장편소설 '유비쿼터스'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사이비 종교의 집단 사망 사건과 행방불명된 여성을 추적하는 탐정 게이코와 물리학자 츠유키의 여정을 통해 인류의 문명과 생존을 조종해온 '보이지 않는 존재'의 실체를 파헤친다.

소설은 15년 전 발생한 사이비 종교 단체의 집단 사망 사건에서 출발한다. 그날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손주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탐정 마에자와 게이코에게 들어오고, 게이코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움직인다.

게이코가 손을 잡는 인물은 학계에서 이단으로 낙인찍힌 물리학자 츠유키다. 두 사람은 실종 사건과 과거 집단 사망 사건을 함께 추적하며 점점 더 기이한 흔적과 맞닥뜨린다. 사건은 단순 실종이나 종교 비극의 범주를 벗어나 더 거대한 질문으로 번져간다.

이들이 마주하는 단서 가운데 하나는 중세의 해독 불가 문서로 알려진 '보이니치 필사본'이다. 과거의 흔적과 이 문서가 기묘하게 겹치면서 사건의 성격은 미스터리를 넘어 문명 전체를 흔드는 공포로 이동한다. 익숙한 현실의 바닥이 서서히 들리는 방식이다.

소설은 다시 한 번 충격적인 장면을 던진다. 15년 전 집단 사망 사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한 마을 주민 전체가 죽음을 맞이한 광경이 나타난다. 게이코와 츠유키는 반복되는 죽음의 패턴 앞에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스즈키 고지가 공포의 원천으로 끌어오는 것은 유령이나 원한이 아니다.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자연의 일부로만 여겨온 '식물'이다. 제목 '유비쿼터스'가 뜻하듯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벗어나기 어려운 위협이라는 발상이 소설의 중심축을 이룬다.

작품은 식물을 단순 배경이 아니라 지구 생명의 진정한 설계자이자 조정자일 수 있는 존재로 밀어 올린다. 남극의 얼음, 알칼로이드, 엽록체, 시아노박테리아, 언어의 기원 같은 소재들이 겹치며 인간 문명을 식물의 시점에서 다시 읽는 거대한 가설을 펼친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절망만을 향해 달리지는 않는다. 스즈키 고지는 극한의 공포 속에서도 이해와 해결의 의지를 꺾지 않는 인간을 끝까지 붙든다. 그래서 '유비쿼터스'는 공포소설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가능성을 묻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링'으로 일본 공포의 한 시대를 연 스즈키 고지는 이번 작품에서 또 다른 지평을 연다. 안온한 일상 뒤에 숨어 있던 생명의 질서가 근원부터 흔들릴 때 인간은 무엇으로 버틸 수 있는지, 이 4부작의 서장인 '유비쿼터스'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밀어붙인다.

△ 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현대문학/ 2만원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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