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소녀 (텍스티(TXTY) 제공)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판돈 30억 원, 그 대가로 요구된 것은 타인의 삶을 복제하는 '대리 수능'이다. 텍스티의 시사 소설 시리즈 '사이드미러'가 선보이는 이 책은 학벌 지상주의와 자본이 결합한 한국 사회의 민낯을 서늘하게 그려낸 심리 스릴러다.
내신 1등급의 모범생 나영리는 수능 당일 벌어진 사고로 아버지를 혼수상태에 빠뜨리고 자신의 미래마저 잃는다. 병원비와 생계에 허덕이던 그에게 대기업 송 회장의 비서가 접근한다. 제안은 파격적이다. 송 회장의 딸 '초롬'과 똑 닮은 외모를 이용해 대명고 수제들의 스터디 그룹 '하늘'에 잠입하고, 대리 수능을 통해 서울대 합격증을 따오라는 것. 무단횡단조차 해본 적 없던 영리는 현실의 벽 앞에 결국 타인의 이름으로 시험장에 들어가는 '카피캣 프로젝트'에 몸을 던진다.
작품은 가장 공정해 보이는 '입시'가 실제로는 자본과 권력에 의해 어떻게 유린되는지 정면으로 응시한다. 영리는 대리 수능뿐만 아니라 상류층 자제들과 교분을 쌓으며 그들만의 리그에 편입되기를 강요받는다. 이 과정에서 영리와 초롬, 두 소녀의 삶은 위태롭게 얽히고 권력 내부의 추악한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대리 수능이라는 자극적 설정을 넘어, 능력주의 신화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주체성이 무엇인지 묻는다. 선택의 벼랑 끝에 선 개인이 마주하는 대가는 예상보다 무겁고 깊다.
이 소설은 "기회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욕망과 그 안에서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가짜 인생을 연기하며 진짜 자신을 잃어가는 영리의 여정은 독자들에게 묵직한 서스펜스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다.
△ 모방소녀/ 소향 글/ 텍스티(TXTY)/ 1만 8400원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