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해둔 작가·작품에 몰렸다…미술시장 부활 기대엔 못 미쳐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13일, 오후 02:34

‘2026 화랑미술제’ 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8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2일까지 닷새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관람객 수는 지난해보다 1만여 명이 줄었고, 개막 등 일부 시간대에 인파가 몰린 것을 제외하곤 내내 북적이지 않고 여유로웠다. 콘크리트갤러리가 출품한 국경오 작가의 고흐 조각 ‘광화문을 그리는 고흐’(2026)에 관람객들의 시선이 늘 머물렀다(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 “미술시장이 나아진다고들 해서 기대가 컸는데 그만큼은 아닌 듯하다.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문의하는 컬렉터·관람객은 꽤 있으나 선뜻 구매로 연결되진 않았다. 일단 마지막 날까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2. “작가 단 한 명의 솔로부스로만 꾸린 건 잘한 것 같다. 작품이 많이 팔리진 않는다고 해도 전속작가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데는 이만한 효과가 없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다고 해도 관람객 수가 이 정도일 수는 없지 않은가.”

#3. “이젠 잘 모르겠다. 관람객이 몰린다고 작품이 잘 팔리는 것도 아니고 관람객이 적다고 작품이 안 팔리는 것도 아니다. 올해는 VIP에게 개방한 첫날, 일반 관람객을 들인 둘째 날 관람객 수가 여느 해보다 많지 않았고, 되레 셋째·넷째 날에 관람객 수가 늘어난 듯했는데, 판매는 영 들쭉날쭉이다.”

‘2026 화랑미술제’ 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8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2일까지 닷새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관람객 수는 지난해보다 1만여 명이 줄었고, 개막 등 일부 시간대에 인파가 몰린 것을 제외하곤 내내 북적이지 않고 여유로웠다. ‘화랑미술제=젊은·신진작가’라는 공식은 완전히 자리가 잡혔고, ‘아트페어 속 개인전’으로 19개 화랑·갤러리로 확장해 꾸린 솔로부스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미술작품을 팔고 사는 대중적인 시장인 아트페어.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연륜을 가진 최장수 아트페어인 ‘2026 화랑미술제’가 12일 폐막했다. 올해는 이제껏 중 최대인 169개 화랑·갤러리가 참여해 44회째로 치렀다. 특히 화랑미술제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은 ‘역사’까지 덧입혀 의의를 더했다.

몇 해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진 분위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현장에서 지켜본 광경에는 여지없이 ‘2.5시간 반짝 법칙’이 작동했더란 얘기다. 개장시간에 몰린 인파가 2∼3시간쯤 뒤에는 스르륵 빠져버리는 풍경이 빚어졌으니 말이다. 가장 큰 성과를 냈다는 첫날 VIP 프리뷰부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닷새간 열린 화랑미술제를 찾은 올해 관람객 수는 지난해에 비해 1만명이 줄어든 5만여 명. 한국화랑협회는 “첫날 4500여 명을 포함해 닷새간 5만여 명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168개 화랑·갤러리가 참여했던 지난해에는 첫날 VIP 6100명을 비롯해 총 6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더랬다.

‘2026 화랑미술제’ 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8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2일까지 닷새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관람객 수는 지난해보다 1만여 명이 줄었고, 개막 등 일부 시간대에 인파가 몰린 것을 제외하곤 내내 북적이지 않고 여유로웠다. ‘화랑미술제=젊은·신진작가’라는 공식은 완전히 자리가 잡혔고, ‘아트페어 속 개인전’으로 19개 화랑·갤러리로 확장해 꾸린 솔로부스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줄어든 관람객 수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중동발 불확실성’에는 크게 휘둘리지 않은 듯하다. 불안하게 널뛰는 환율이나 주가가 과대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전쟁통에는 가지고 있는 그림도 내다 파는 법’이란 통념도 다행히 비켜간 듯하다.

◇‘아는 작가의 다른 작품’ 관심·인기 끌어

다만 “미술시장이 다시 불붙을 것”이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일단 미술작품 판매양상에서 화랑·갤러리마다 편차가 심했다. 화랑미술제를 비롯해 아트페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첫날, VIP 프리뷰로 진행한 그날 오후 늦게까지 ‘개시’를 못한 화랑·갤러리가 태반이었다. 반면 출품작 절반 안팎으로 판매했다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 화랑·갤러리도 있었다. 한둘씩 들리기도 하는 ‘완판 소식’은 없었다.

‘2026 화랑미술제’ 전경. 수화랑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박진성 작가의 조각작품 ‘괜찮다 괜찮다’(2026) 등을 둘러보며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들었다(사진=이영훈 기자).
판매를 갈리게 한 변수는 역시 작가·작품이었다. 한국화랑협회 소속 회원사인 화랑·갤러리로만 꾸리는 만큼 화랑미술제는 해외시장, 해외갤러리 등 여타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다. 게다가 참여하는 화랑·갤러리는 규모에 상관없이 동일한 조건의 공간(6×6m 부스)에서 전시하고 거래하는 만큼 오로지 작가와 작품만으로 승부를 내야 했던 건데. 온전히 저마다 화랑·갤러리에서 키워낸 작가들의 활약이 승패를 갈랐다고 할까.

‘2026 화랑미술제’ 전경. 가나아트가 문형태 작가의 신작으로 꾸린 솔로부스에 관람객들의 발길이 연신 이어졌다. 첫날 일찌감치 팔린 ‘퍼펙트 픽처’(2026·왼쪽) 옆으로 ‘너트’(2026), ‘쉬레드’(2026), ‘타워’(2026) 등이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도드라지는 그 활약은 가나아트에서 나왔다. 문형태 작가의 솔로부스로 꾸리고 내건 출품작 중 절반을 첫날 팔아치웠다. 웃음기 빼고 색도 싹 뺀 흑백톤의 신작들이 컬렉터·관람객을 사로잡았다. 100호 규모의 ‘퍼펙트 픽처’(2026)가 4500만원에 팔린 것을 시작으로 10호 규모의 ‘쉬레드’(2026), ‘타워’(2026) 등이 900만원씩에 팔리는 등 작품크기에 관계없이 고른 판매를 보였다.

학고재갤러리가 솔로부스에 소개한 채림 작가의 작품에도 눈길이 쏠렸다. 150호 규모의 대작 ‘대지’(2026·5000만원) 두 점이 첫날 빨간딱지를 붙였고,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던 2~3호 남짓한 소품 연작(150만원씩)도 일찌감치 판매대열에 들었다.

‘2026 화랑미술제’ 전경. 학고재갤러리가 채림 작가의 작품으로 꾸린 솔로부스에 인파가 몰렸다. 첫날 판매된 대작 ‘대지’(2026) 옆으로 줄지어 걸린 소품 연작에 특히 관람객들의 관심이 끊이질 않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문형태·채림을 비롯해 ‘아트페어 속 개인전’이라 할 솔로부스는 올해도 인기를 끌었는데. 박여숙화랑이 내놓은 패트릭 휴즈, 아트사이드갤러리가 걸고 세운 권소진, 이길이구갤러리가 집중한 서동욱 작가의 작품 등에는 닷새 내내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이 가운데서는 패트릭 휴즈의 ‘스트리트’(2000만원)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2026 화랑미술제’ 전경. 박여숙화랑이 솔로부스로 꾸린 패트릭 휴즈의 작품 중 한 점 앞에 어느 관람객 일행이 오래 머물렀다(사진=이영훈 기자).
‘2026 화랑미술제’ 전경. 권소진 작가의 신작으로 꾸린 아트사이드갤러리의 솔로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갤러리 관계자로부터 작품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아는 작가의 다른 작품’은 관심을 끌기 마련이다. 이영지 작가(선화랑)가 10호 이내 소품으로 응축한 작업(2026, 120만∼350만원), 집밖에서 집안으로 시선을 돌린 젠박 작가(공근혜갤러리)의 ‘식사 사이에’(2025, 2300만원), 같은 결 다른 동물의 얼굴을 들여다본 고영우 작가(갤러리나우)의 ‘히어로’(2025, 1200만원), ‘가끔은 아름다워’(2024, 1600만원) 등이 속속 컬렉터를 찾아갔다.

‘2026 화랑미술제’ 전경. 서동욱 작가의 회화작품으로 꾸린 이길이구갤러리의 솔로부스를 찾은 한 관람객이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서울 두 사람’(2023·왼쪽)이 담겼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2026 화랑미술제’ 전경. 공근혜갤러리가 내건 티나 이코넨의 사진작품 ‘그린란드 사비시빅의 새벽’(2002/2012) 앞에 한 관람객이 오래 머물렀다. 왼쪽 벽으로 젠박의 ‘식사 사이에’(2025)가 걸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잘 키운 신진작가 하나 열 거장 부럽지 않은’ 케이스도 속속 나왔다. 갤러리조은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소개한 조원재 작가의 흙방울 작업 ‘이전과 이후 사이 #002’(2026), ‘우리 사이 어딘가 #001’(2026) 등 5점(100만∼800만원), 성률 작가의 100호 회화 ‘클라우드 9’(2025, 2500만원) 등 3점에 빨간딱지가 붙었다. 아뜰리에아키가 발탁해 키운 남다현 작가의 ‘가늘고 노란 다리’(2025)와 ‘무제’(2025) 등 자동차부품 연작(80만원씩)을 비롯해 찌그러뜨린 깡통을 액자에 들인 ‘캠벨수프 캔’(2024, 25만원씩)이 앞다퉈 팔려나갔다.

‘2026 화랑미술제’ 전경. 갤러리조은 부스를 찾은 한 관람객은 조원재의 흙방울 작품 ‘이전과 이후 사이 #002’(2026) 등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다른 관람객은 성률의 100호 회화 ‘클라우드 9’(2025)를 오래 지켜봤다. 두 작가의 두 작품 모두 일찌감치 컬렉터를 찾아갔다(사진=이영훈 기자).
‘2026 화랑미술제’ 전경. 아뜰리에아키 부스를 찾은 한 관람객이 남다현 작가의 작품들을 한참 둘러봤다. 자동차부품 연작 ‘가늘고 노란 다리’(2025·아래)와 ‘무제’(2025·아래), 찌그러뜨린 깡통을 액자에 들인 연작 ‘캠벨수프 캔’(2024) 등이 앞다퉈 팔려나갔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그렇다고 대형작가들이 숨죽이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국제갤러리는 첫날 일찌감치 김윤신 작가의 ‘영혼의 빛 2025-50’(2025, 4200만∼5040만원)을 앞세워 박서보 작가의 ‘묘법 No.170606’(2022, 660만∼792만원), 줄리안 오피의 ‘크리스탈 1’(2025, 9000만∼1억원) 등을 거래했다.

◇‘화랑미술제=젊은·신진작가’ 완전히 정작

‘화랑미술제=젊은·신진작가’라는 공식은 이제 완전히 자리가 잡힌 듯하다. 신진작가가 시장에 데뷔하는 등용문이자, 젊은 작가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로 말이다. 이는 곧 오픈런도 불사하며 목을 맸던 예전 대가의 작품보다 치기 어린 시도가 돋보이는 신진작가의 작품이 화랑미술제에서는 ‘먹힌다’는 뜻이다.

‘2026 화랑미술제’ 전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8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2일까지 닷새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관람객 수는 지난해보다 1만여 명이 줄었고, 개막 등 일부 시간대에 인파가 몰린 것을 제외하곤 내내 북적이지 않고 여유로웠다. ‘화랑미술제=젊은·신진작가’라는 공식은 완전히 자리가 잡혔고, ‘아트페어 속 개인전’으로 19개 화랑·갤러리로 확장해 꾸린 솔로부스에 대한 호응이 높았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그렇다고 아트페어 한 번으로 신진작가의 색, 젊은 작품의 결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어쩌다 확 띄었다기보다 그간 눈여겨보며 ‘찜’해둔 작가·작품을 향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는 게 맞을 거다. 이후는 점차 ‘그렇게 검증한 젊은·신진’에 대한 비중을 높여갈 거고. 이런 움직임을 두고 미술시장의 부침 논리를 극단적으로 들이대는 것도 곤란하다. 장밋빛인지 잿빛인지를 가를 게 아니라 ‘신진·젊은’의 가능성은 커졌고, 시장은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판단하는 게 적절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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