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람유사-봉은사편'
천년 고찰들이 남긴 거룩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오늘날의 언어로 담아내는 '가람유사' 여섯 번째 이야기 '봉은사'편이 출간됐다. 1200년 물길을 흘러온 봉은사의 사연과 성취를 오늘의 독자에게 풀어낸다.
'가람유사-봉은사편'은 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불교사회문화연구원이 진행하는 '한국불교 스토리콘텐츠 크리에이트 허브 사업'의 결과물이다.
봉은사는 강남의 사찰이면서도 삼성동 빌딩 숲과 코엑스를 마주한 공간이다. 유구한 전통과 강력한 현대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성소라는 점을 주목했다. 서기 794년에 창건된 봉은사는 왕실의 보호 아래 불교를 지켜온 절로 소개된다.
봉은사의 성격은 국찰과 왕실 원찰의 역사에서 또렷해진다. 이름 자체가 임금의 은혜를 받든다는 뜻을 품고 있어 조선의 억불기에도 쉽게 꺾이지 않았다. 파괴적인 시대를 견디며 불교문화를 숨죽여 전승한 절이라는 점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책은 봉은사를 문정왕후와 허응 보우대사의 연결고리로도 읽는다. 서산 휴정, 벽암 각성, 백곡 처능, 남호 영기 같은 선지식이 봉은사에서 불교 중흥을 꿈꾸며 정진한 대목도 함께 짚는다. 봉은사는 한 사찰에 그치지 않고 조선 불교의 버팀목으로 놓인다.
그래서 책이 보여주는 봉은사의 얼굴은 단순한 문화유산의 표정이 아니다. 상처 난 얼굴로 암울한 조선시대를 버텨온 봉은사의 시간이 오늘을 사는 사람의 자화상과 겹쳐진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절의 역사와 포개진다.
시리즈 전체의 방향도 분명하다. 불교를 믿는 사람만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불교를 지향한다. 한국문화를 알려면 불교문화를 알아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책 전반을 받치고 있다.
'가람유사'는 2023년 '해인사'를 시작으로 '화엄사', '은해사', '동화사', '부석사' 편을 펴냈고 이번에 '봉은사' 편으로 이어졌다. 선대의 삶이 남긴 유형과 무형의 흔적을 오늘의 독자에게 다시 건네고 있다.
△ '가람유사-봉은사편'/ 불교사회문화연구원 엮음/ 동국대학교 출판문화원/ 2만5000원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