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랑하는 듣기'
음악학자 박수인의 첫 산문집 '사랑하는 듣기'는 클래식 음악부터 지하철 멜로디까지 우리 주변의 소리를 능동적으로 탐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머레이 셰이퍼의 '소리 풍경' 개념을 가져와 소리의 문화적 맥락과 생태적 의미를 살피며 삶의 풍경을 새롭게 감각하게 돕는다.
책은 클래식의 오해에서 출발해 일상의 소리로 넓어진다. "클래식 음악은 왜 어려울까" 같은 질문을 붙들고, 음악을 듣는 감각이 어떻게 더 촘촘해지는지 차근차근 풀어낸다. 저자는 음악을 아는 만큼 들리기보다 듣는 만큼 들린다고 말한다.
저자는 익숙한 일상의 소리를 낯설게 되돌려준다. 여행지 지하철 역사 안 멜로디, 세탁기 종료음, 이름을 부를 때 생기는 억양, 어머니의 다듬이질 소리, 아버지의 노래까지 한 번쯤 지나쳤던 소리들이 글 속에서 새 자리를 얻는다. 소리는 배경이 아니라 삶의 풍경이 된다.
2장에서는 머레이 셰이퍼의 '소리 풍경' 개념이 중요한 축으로 놓인다. 저자는 선택한 적 없이 자연스럽게 배경으로 스며든 소리들까지 다시 듣자고 제안한다.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아는 일은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 먼저 익혀야 할 문법이라는 게 이 책의 핵심 인식이다.
이런 듣기의 과정은 윤리로도 나아간다. 소음이 배제되거나 전유되는 방식, 음악 안에 숨은 질서와 권력, 소나타 형식에 깃든 젠더적 관념까지 다룬다. 소리를 듣는 일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세계의 질서를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감각이라는 문제의식이 또렷하다.
생태학적 상상력도 책의 중요한 축이다. 저자는 자연을 아름답게만 보는 태도보다, 수많은 존재가 불쾌하고 혼란스럽게 뒤얽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술은 그 뒤얽힘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며, 듣기는 그 복잡한 세계 앞에 우리를 세운다.
저자 박수인은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연구조교수로 현대음악의 시간성을 연구해온 음악학자다.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공연 현장에서 음악에 관해 쓰고 말하며 공연을 만든다.
△ 사랑하는 듣기/ 박수인 지음/ 아침달/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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