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쓰다보니 문득 당신이 와 있는 것 같아서'
37년 차 드라마작가 송정림이 시청률에 일희일비하면서도 끝내 펜을 놓지 않는 작가의 가장 솔직하고 사적인 집필 기록을 생생하게 담았다. 송정림은 드라마 기획부터 촬영 현장까지 숨가쁜 세계를 알려주면서 독자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송정림은 '심우면 연리리' '결혼하자 맹꽁아!' '태풍의 신부' '슬플 때 사랑한다' '여자의 비밀' 등을 집필한 드라마 작가다. 그는 매일 아침 시청률을 확인하고 저녁마다 시청자 반응에 울고 웃는 작가의 하루를 펼쳐 보인다.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안에 기승전결을 채워야 하는 드라마의 시간 밖에서, 송정림은 매일 쓰다 만난 순간과 사람들을 천천히 꺼내 놓는다.
저자의 시선은 드라마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따라간다. 기획안 앞에서의 망설임, 인물 설정, 대본 마감, 오디션, 대본 리딩, 촬영 현장이 한 편의 작업 일지처럼 이어진다. 그 과정의 중심에는 "나는 왜 이 이야기를 쓰는가"라는 질문이 놓인다.
송정림은 시청률이라는 숫자와 싸우면서도 늘 단 한 사람의 마음을 떠올린다. 그는 "시청률은 못 잡아도 그 한 사람 마음은 잡아보자고"라고 적는다. 이야기는 대중을 향하지만, 결국 한 사람에게 닿기 위해 쓰인다는 믿음이 책의 바탕을 이룬다.
이 에세이는 작가의 직업 윤리도 숨기지 않는다. 상처받고도 대사를 쓰고, 흔들리면서도 펜을 놓지 않고, 지우면서 살아남는 사람이 드라마작가라고 말한다. 밤새 만든 장면이 한순간에 사라져도 다시 다음 대사를 쓰는 쪽을 택하는 시간이 이 책의 핵심 장면들이다.
초기의 작가 인생도 담겼다. 고등학교 교사 시절 우연히 들은 라디오드라마의 울음소리에서 시작된 마음은 한 달 치 대본을 쓰게 했고, 끝내 방송국 문을 두드리게 했다. 이후 교사와 작가 생활을 병행하다가 전업 작가의 길로 방향을 돌린다.
결국 이 책이 붙드는 것은 능숙함보다 간절함이다. 송정림은 서툰 간절함이야말로 어떤 이야기도 시작하게 만드는 진짜 첫 문장이라고 말한다. 드라마를 허구가 아니라 누군가의 현실을 잠시 견디게 하는 힘으로 믿는 마음이 산문집 전체를 밀고 나간다.
△ '쓰다보니 문득 당신이 와 있는 것 같아서'/ 송정림 지음/ 달/ 1만 8000원
[신간] '쓰다보니 문득 당신이 와 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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