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밍아웃'
'이밍아웃'은 "그럼 이혼해" 문자 메시지 한 줄로 끝난 10년의 결혼 생활과 그 이후 무너진 일상을 담담하게 수선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혼 보고서다. 저자가 상처를 딛고 다시 새로운 인연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회복의 기록은 관계의 끝에 서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혼자가 된 뒤 저자는 일상부터 다시 배운다. 빨래를 종류별로 나눠 돌리고, 창틀 먼지를 닦고, 다이소를 드나들며 살림을 채운다. 유튜브로 요리를 배우고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을 견디는 시간이 책의 첫 결을 이룬다.
"이혼은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분명히 그랬다. 그러나 선택했다는 것과 괜찮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는 걸 나는 그 무렵에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저자는 이혼을 중심에 두고 자신이 살아온 시간 전체를 다시 꺼낸다. 첫사랑과 오랜 연애, 우연히 시작된 관계, 병역 특례 시절 만난 친구의 이야기까지 겹치며 한 사람이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마음을 굳혀왔는지 더듬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자주 떠오르는 단어는 다정함이다. 저자는 자신이 다정하지 못한 사람이었다고 고백한다. 결혼과 이혼이라는 큰 굴곡을 겪고 나서야 다정함이 무엇인지 비로소 고민하게 됐다고 돌아본다.
"이 짧은 순간에 누군가 단 한마디만 다르게 했더라면, 조금만 덜 예민했더라면, 아니면 단지 더 따뜻했더라면, 우리의 결말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시선은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신을 변호하는 데 오래 머물지 않는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단정할 수 없었고, 서로의 속도를 맞추려는 노력을 어느 순간부터 멈췄다는 문장이 관계의 파탄을 설명한다. 결말은 한순간에 왔지만, 균열은 오래 전부터 쌓였다는 뜻이다.
이혼 뒤의 시간도 만만치 않다. 저자는 돌싱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독서 모임과 영화 모임에 나가며, 새벽 4킬로미터를 낯선 사람들과 걷는다. 다시 두근거리고 다시 상처받고 다시 용기를 내는 과정이 후반부를 이끈다.
책의 온도는 낮고 담담하지만 곳곳에서 울림이 남는다. "자유와 고독은 자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문장처럼, 혼자가 된 삶의 감각을 과장 없이 붙든다.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것과 있다가 없어진 것은 다르다는 인식이 이 기록을 더 아프게 만든다.
이 책은 이혼을 사건 기사처럼 정리한 보고서이면서도, 다정함을 다시 배우는 연애의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날을 향한 반성문이자 지금 곁에 있는 사랑에게 건네는 증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끝난 관계의 잔해 속에서 다시 사람을 믿어보려는 마음이 오래 남는다.
△ '이밍아웃'/ 김날 지음/ 산책/ 1만 8000원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