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묘생'
보호소에서 구조된 성묘 '미미'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그림 산문집 '묘생'은 고양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람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책은 고양이의 미묘한 행동 뒤에 숨겨진 진심을 읽어내는 특별한 지적·감성적 경험을 선사한다.
책의 중심에는 미미의 하루가 있다. 낯선 집을 살피고, 몸을 낮추고, 소파 밑으로 숨어드는 순간들이 모두 미미의 목소리로 기록된다. 고양이 행동 전문가 나응식이 쌓아온 관찰과 애슝의 절제된 그림이 만나 미세한 감정의 결을 살린다.
미미의 적응은 아주 작은 몸짓에서 시작된다. 구석구석 냄새를 맡고, 가구를 탐험하고, 자기 흔적을 남기며 공간을 천천히 자기 집으로 바꿔간다. 사람 윤이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 장면은 경계에서 안도로 옮겨가는 관계의 변화를 또렷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고양이의 하루를 사건보다 리듬으로 읽게 만든다. 창가에 스미는 햇살, 밥그릇 앞의 망설임, 화장실 문 앞에서의 기다림, 혼자 남겨진 시간의 무료함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말이 없다고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런 장면들에서 드러난다.
이야기는 새끼 고양이 치치가 집에 들어오면서 한 번 더 도약한다. 미미는 장난감과 밥그릇, 은신처를 둘러싼 불편과 질투를 겪고, 좁아진 영역 속에서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 집사 윤이는 "미미, 얘는 치치라고 해. 이제 너에게 친구가 생긴 거야."라고 말하지만, 책은 친구가 되기까지 필요한 시간과 거리를 서두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책은 감성 에세이에만 머물지 않는다. 곳곳에 '윤이의 야옹한 하루'가 배치돼 합사 과정의 거리 조절, 화장실 분리의 필요성, 사료 선택, 생활 루틴 형성 같은 실제 반려 생활의 감각을 함께 전한다. 초보 보호자와 다묘 가정을 함께 염두에 둔 구성이기도 하다.
책은 적응에서 공존으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1장이 새로운 집과 사람을 마주하는 시간이라면, 2장은 편안한 일상과 루틴을, 3장은 치치와의 갈등과 조율을 다룬다. 이어 4장과 5장은 서로의 삶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과 마침내 온전한 집의 감각을 보여준다.
나응식은 EBS '고양이를 부탁해'의 '냐옹신'으로 알려진 고양이 행동 전문가다. 그레이스 고양이 병원 원장이기도 한 그는 이번 책에서 설명자 자리를 한 발 물리고 직접 고양이의 시선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에 애슝의 그림은 과장 없이 고양이의 표정과 사람과의 거리감을 받아내며 글의 또 다른 목소리로 기능한다.
△ 묘생/ 나응식 지음/ 애슝 그림/ 김영사/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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