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의 낯선 동행자'
김진영의 신작 소설 '나의 낯선 동행자'는 퇴사 뒤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여성이 낯선 남성과 함께하는 여정을 담았다. 현대문학이 펴낸 이 작품은 낭만적인 스페인 풍광 뒤로 번지는 불길한 기운과 의심, 불안을 치밀하게 밀어 올린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다.
이 소설은 퇴사한 29살 혜성이 스페인으로 첫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직장에서의 성희롱과 괴롭힘, 연인과의 이별까지 겹친 혜성은 상처로부터 도망치지 않기 위해 전 재산의 절반을 털어 여행길에 오른다.
하지만 여행의 출발부터 어긋난다. 유럽 여행 카페를 통해 구한 동성 또래 동행자 지효가 바르셀로나 공항에 나타나지 않는다. 지효가 전달한 예약 확정서가 있는데도 호텔 예약은 취소됐고, 혜성은 이미 숙박비 절반을 입금한 상태다.
늦은 밤 낯선 거리에서 오갈 데 없어진 혜성 앞에 한국인 남성 길우가 나타난다. 길우는 사연을 캐묻지 않고 혜성을 도우며 지효가 비운 자리에 동행자로 들어온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여정은 설렘과 경계가 맞물린 채 이어진다.
소설의 무대는 바르셀로나, 세비야, 그라나다, 마드리드로 이어진다. 사그라다파밀리아대성당, 안달루시아의 볕, 오렌지 나무 향, 플라멩코 선율, 알람브라궁전 같은 풍경은 여행의 낭만을 키우지만 그만큼 혜성의 불안도 짙어진다.
혜성은 길우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어 하면서도 너무 빨리 그를 좋아하게 될까 마음을 다잡는다. 로맨스처럼 보이는 순간마다 알 수 없는 불길함이 번지고, 지효와 길우를 둘러싼 의심은 점점 더 깊어진다. 작품은 이 미묘한 심리의 흔들림을 끝까지 붙든다.
특히 혜성이 길우와 입을 맞춘 뒤 "이건 혜성이 꿈꾸던 여행의 모습도, 기대했던 로맨스도 아니었다"고 깨닫는 대목은 이 소설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달콤함과 공포가 한 장면 안에서 엇갈리고, 방향을 잃은 마음이 서스펜스로 바뀌는 순간이다.
김진영은 2018년 '마당이 있는 집'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괴물, 용혜', '여기서 나가' 등을 써왔다. 장편영화 '미혹'을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인물의 심리 변화와 인간관계 안의 공포에 집중한다.
'나의 낯선 동행자'는 여행이 지닌 낭만과 위험이라는 두 갈래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결말부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안심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 번의 여행이 끝나고 일상이라는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며, 가장 낯선 동행자가 어쩌면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일 수 있다는 질문을 남긴다.
△ 나의 낯선 동행자/ 김진영 지음/ 현대문학/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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