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진용 ‘완벽한 이웃’(2025 사진=누크갤러리)
작가 범진용(49)이 화면에 들인 시작은 ‘풍경’이었다. 사실 말이 풍경이지 척박한 공터나 무너진 도시의 가장자리를 타고 오른 ‘풀’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일상 속 풍경, 버려진 장소에 자라나는 이름 모를 풀의 생명력”을 돋우려 한 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인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저 평범한 주변인들이라고 했다. “놀랄 만한 사건도 거대한 서사도 없다. 오랜만에 여행 가신 엄마, 편의점 가는 조카, 춤추는 친구들, 겹겹이 쌓인 일상 중 하나일 뿐.” 또 어느 때는 그 경계가 모호했는데. 풀 속의 인물, 풀처럼 흔들리고 곧추서는 인물, 풀만큼 얽히고설킨 인물이 나타난 거다.
테마를 아우르는 공통점이라면 세상을 세심하게 관찰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장면이란 것. ‘완벽한 이웃’(Perfect Circle·2025)처럼 말이다. 작품의 백미는 흘러내리는 얼굴들에서 건져낸 표정에 있다. 비단 인물의 얼굴만이 아니다. 풍경도, 사물도 그 얼굴을 가졌다.
4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김지희·이의성과 여는 기획전 ‘먼지 아래의 바닥은 깨끗하다’(Beneath the Dust)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240×330㎝. 누크갤러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