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법의 기본 틀은 2000년 전 로마에서 완성됐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17일, 오전 09:09

'로마법,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은 기원전 450년경 제정된 12표법에서 출발해 기원후 1세기부터 3세기 초반의 고전기 로마법, 그리고 고대법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로마법대전'까지 흐름을 정리한다.
서구 법치주의의 근간이자 현대 문명의 토대가 된 로마법의 핵심 원리를 집대성한 신간 '로마법,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이 21세기북스에서 나왔다. 책은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44번째 책이며 이상훈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썼다.

책은 로마법을 먼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 일상을 떠받치는 법의 설계도로 놓는다. 시장에서 맺는 계약, 사고 뒤 손해배상, 재산을 물려주는 상속, 소유와 점유의 구별 같은 핵심 원리가 이미 2000년 전 로마에서 뼈대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현대 민법의 기본 틀을 이해하려면 그 뿌리부터 다시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이상훈 교수는 로마법의 힘을 초자연적 권위가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상식에서 찾는다. 신의 뜻이나 통치자의 변덕이 아니라 구체적 갈등을 어떻게 더 공정하게 풀 것인지 고민한 결과가 로마법이라는 것이다. 법을 박제된 규범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지혜로 읽게 만드는 대목이다.

책은 로마법의 역사와 구성도 차근차근 짚는다. 기원전 450년경 제정된 12표법에서 출발해 기원후 1세기부터 3세기 초반의 고전기 로마법, 그리고 고대법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로마법대전'까지 흐름을 정리한다.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축적되며 제도화됐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로마법이 왜 법학의 원형으로 불리는지 윤곽이 잡힌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추상 이론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대 로마의 재판 절차, 소권을 통한 권리 행사, 노예의 삶, 법률가들의 논쟁, 매매계약의 하자, 사기와 강박, 채권채무의 예외처럼 사례와 장면을 앞세워 법 원리를 풀어낸다. 로마법이 현실 문제를 조정하며 자란 실용적 학문이었다는 점도 이 과정에서 또렷해진다.

'로마법,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은 로마법을 먼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 일상을 떠받치는 법의 설계도로 놓는다. 시장에서 맺는 계약, 사고 뒤 손해배상, 재산을 물려주는 상속, 소유와 점유의 구별 같은 핵심 원리가 이미 2000년 전 로마에서 뼈대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후반부는 로마법이 현행 민법에 남긴 흔적을 직접 보여준다. 소유와 점유를 왜 갈라 보는지, 매매와 임약은 어떤 구조를 갖는지, 부당이득은 왜 반환해야 하는지, 불법행위 책임은 어떻게 따지는지, 유언상속과 무유언상속, 유류분제도는 어떤 배경에서 생겨났는지를 차례로 설명한다. 오늘의 법 개념이 낯선 외래물이 아니라 오래된 축적 위에 서 있음을 확인하게 만든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로마법의 합리성과 일관성이다. 그는 로마 법률가들이 개별 사례의 타당성만 좇지 않고 법리에 따른 일관된 해결을 지향했기에 수 세기에 걸친 성과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 축적이 중세 이후 유럽 법학을 움직였고, 다듬어진 명제가 근대 민법전으로 들어오며 오늘 우리에게 전해졌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이상훈 교수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민법과 로마법을 연구해온 법학자다. 로마 계약법, 부당이득법, 상속법을 연구해왔고 학설휘찬 원사료의 한글 번역도 병행해왔다. 이 책은 그런 연구 성과를 일반 독자가 따라갈 수 있도록 강의형 문장으로 풀어낸 교양 법학서의 성격을 띤다.

책은 로마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공정과 합리, 타협의 조건을 다시 묻는다. 혐오와 갈등이 격해지고 감정이 이성을 앞서는 시대일수록 보편적 상식과 논리, 형평의 기준이 왜 필요한지 되짚게 만든다. 법학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분열된 사회를 바라보는 사고 훈련서로도 읽힌다.

△ 로마법,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 이상훈 지음/ 21세기북스/ 1만9800원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