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 시간을 누비다'는 부엌을 감정의 피난처로도 그린다. 기분을 고쳐 보고 싶을 때 바흐의 '미뉴에트'를 틀어놓고 달걀말이와 된장국을 만드는 순간, 갓 지은 밥에 한 숟갈이라도 더 얹어 예쁘게 담아내는 마음, 재료를 꾹꾹 눌러 넣은 샌드위치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요리 연구자 리카가 부엌의 온기와 정성 어린 음식을 통해 삶을 다독이는 시간의 기록을 담은 산문집을 파롤앤에서 펴냈다.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살았던 경험과 엄마, 할머니로부터 이어져 온 부엌의 기억을 바탕으로, 바쁜 일상에서 자신에게 '시간'을 선물하는 법을 차분한 필치로 그려냈다.
리카는 세계 곳곳에서 보낸 시간 속에서 만난 향기와 맛, 그리고 그 맛을 둘러싼 감각을 한데 모아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기록으로 내놓았다. 급변하는 시대에도 느리게 자연에 순응하며 나와 가족이 먹는 것에 마음을 담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산문집이다.
리카의 밥상에는 도쿄와 오사카, 빅토리아와 시카고,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건너온 시간이 함께 놓인다. 지역마다 다른 식재료와 문화, 사람을 만나며 배운 요리가 그의 일이 됐고 집밥이 됐다. 여기에 엄마와 할머니에게서 이어받은 손맛의 기억이 겹치며 책 전체에 따뜻한 결을 만든다.
책은 부엌을 감정의 피난처로도 그린다. 기분을 고쳐 보고 싶을 때 바흐의 '미뉴에트'를 틀어놓고 달걀말이와 된장국을 만드는 순간, 갓 지은 밥에 한 숟갈이라도 더 얹어 예쁘게 담아내는 마음, 재료를 꾹꾹 눌러 넣은 샌드위치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리카가 강조하는 말은 결국 '타이밍'과 '나만의 레시피'다. 남과 같은 시간표로 살 수 없듯 요리도 삶도 각자의 불 조절과 숙성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재료 손질과 조리법을 설명하면서도 그보다 더 오래 남는 질문, 곧 내 인생의 맛을 누가 정하느냐를 독자 앞에 놓는다.
[신간] '리카, 시간을 누비다'는 부엌을 감정의 피난처로도 그린다. 기분을 고쳐 보고 싶을 때 바흐의 '미뉴에트'를 틀어놓고 달걀말이와 된장국을 만드는 순간, 갓 지은 밥에 한 숟갈이라도 더 얹어 예쁘게 담아내는 마음, 재료를 꾹꾹 눌러 넣은 샌드위치에서 사랑을 발견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구성은 크게 네 갈래다. 1장 '리카 데이즈'는 하루를 시작하는 법, 오래 쓴 주방 물건, 집밥의 힘 같은 일상의 장면을 담고, 2장 '리카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냉이와 달래, 미나리, 토마토와 가지, 사골 떡국 같은 계절 음식으로 채운다. 계절의 맛을 따라가다 보면 부엌이 곧 시간의 지도처럼 보인다.
3장 '세상을 누비다'는 일본과 영국,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를 오가며 만난 식탁의 기억을 풀어낸다. 도쿄의 설날, 교토의 부엌 니시키, 포트넘앤메이슨의 애프터눈 티, 시카고와 싱가포르의 풍경이 차례로 등장한다. K-푸드의 바깥을 보는 동시에 다시 한국 집밥의 의미로 돌아오게 하는 대목이다.
4장 '삶을 잇다'는 음식에서 삶으로 시선을 넓힌다. '내 인생의 레시피', '주부의 하루 20분', '리카 피클', '엄마가 달린 날', '할머니의 자주색 요리책' 같은 글들은 부엌의 일과 여성의 시간, 돌봄과 기억, 나를 위한 작은 여백을 함께 사유하게 한다. 하루 20분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시간으로 남겨두라는 권유도 이 장에서 나온다.
저자 리카는 15년 넘게 요리 연구가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 F&B 전문 디렉터, 외식 브랜드 총괄 디렉터로 일해 왔다. 최근에는 CJ와 함께 드라마 '폭군의 셰프' 공식 쿠킹클래스를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전작 '그 맛을 따라 할 순 없어도'에 이어 나온 이번 책은 K-푸드가 세계의 일상이 되는 시대에, 한 끼의 집밥이 품은 시간과 보살핌의 의미를 다시 묻는 산문집이다.
△ 리카, 시간을 누비다/ 리카 지음/ 파롤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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