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길까지 막혔다…살길 막막한 여행사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전 05:30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여행 업계가 고환율과 고유가에 이은 항공 노선 감소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인한 항공유 수급 불안이라는 거시경제(매크로) 변수는 항공업계는 물론 여행업계 전반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더 큰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수요 둔화는 단순한 계절적 비수기 요인을 넘어 고비용 구조의 고착화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 ‘L자형 장기 침체’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분기별 국제선 유류할증료(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선을 넘어 1500원을 넘나들면서 현지 체류비 부담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해외여행 다이어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보복 소비 열풍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항공·여행업계는 4월 들어 신규 예약률이 전월 대비 최대 50%(추정치)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증가도 유류할증료 대폭 인상을 앞두고 항공권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데 따른 ‘역기저효과’ 측면이 크다”며 “고유가, 고환율로 인한 고비용 장벽이 이어질 경우 팬데믹보다 심한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항공유 수급 불안에 직면한 국내외 항공사들이 국제선 노선 운항 중단 등 감편 조치에 나서면서 여행업계의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 운항 중단이나 감편 비중이 크지 않지만, 언제든 여건이 바뀔 수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항공편 취소로 이미 결제까지 마쳐 예약을 확정한 여행 상품이 무산될 경우, 소비자에 대한 환불 책임과 부담을 고스란히 여행사가 떠안을 수 있어서다. 현재 항공사가 비수익 노선 운항을 줄이거나 취소해도 제도적으로 제재를 가하거나 그로 인한 보상 책임을 지울 안전장치는 전무한 상태다.

지난달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천국제공항 계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조일상 하나투어 홍보팀장은 “대형 여행사는 그나마 항공권 대량 구매를 통해 단가 방어력을 갖추고 있지만 항공 노선 재편이 가속화될 경우 상품 구성 자체가 흔들리면서 그로 인한 피해가 여행사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업계 역시 기록적인 비용 상승과 연료 공급망 차질로 비행기를 띄우고 싶어도 못 띄우는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수백억 원대 외화평가손실을 입는 등 재무적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항공기 리스료와 연료비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수익 구조도 항공사의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좌석 점유율이 높아도 실제 운항 효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역마진 노선이 속출하고 있다”며 “수익성이 낮은 지방 노선이나 비선호 시간대를 중심으로 기재 운영을 일시 중단하거나 재배치하는 것은 기업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경영 판단”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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