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도 선택의 대상이 됐다"…달라진 인간관계의 방식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20일, 오후 11:58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이해’에서 ‘선택’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포착한 카민스키의 ‘이향인’(21세기북스)과 이승연의 ‘손절사회’(어크로스)가 나란히 출간됐다.

‘이향인’은 ‘왜 관계가 힘든가’를 묻고, ‘손절사회’는 ‘어떤 관계를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두 책은 오늘날 인간관계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비춘다.

◇집단이 아닌 ‘나’로 사는 사람들

‘이향인’은 내향인과 외향인이라는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인간 유형을 제시한다. 저자는 집단 속에 있을 때 오히려 더 피로를 느끼고, 혼자 있을 때 안정감을 얻는 사람들을 ‘이향인’으로 정의하며, 이를 결핍이 아닌 또 하나의 ‘구조’로 바라본다. 공동체 중심 사회에서 ‘함께하기’가 미덕으로 작동해온 흐름 속에서 이향인은 기존 기준에 맞지 않는 존재로 오해받아온 인물이다.

책은 집단주의 사회가 개인의 감정과 태도까지 규정해온 방식을 짚어낸다. 조직과 관계 속에서 타인의 기대에 맞춰 반응해야 하는 문화 속에서 이향인은 자연스럽게 ‘부적응자’로 분류돼왔다. 저자는 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유형의 인간만을 정상으로 설정해온 사회 구조의 문제로 해석한다.

이향인의 핵심은 ‘정서적 자립’과 ‘관찰자의 시선’, 그리고 ‘집단 밖에서 생각하는 힘’이다. 타인의 인정 없이도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고, 집단 한가운데서가 아니라 한 발 물러서서 흐름을 읽는다. 저자는 “관계에 덜 의존하는 삶은 결핍이 아닌 하나의 가능성”이라며 “개인의 기준과 속도로 살아가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관계마저 계산하는 시대

‘손절사회’는 인간관계가 더 이상 유지의 대상이 아니라 선택과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온 현실을 분석한다. 저자는 ‘손절’이라는 일상적 언어를 통해 사람들이 관계를 감정적 득실에 따라 판단하고 필요에 따라 단절하는 흐름을 포착한다. 인간관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효율과 안정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책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을 신자유주의적 환경과 사회 구조에서 찾는다. 불안정한 노동과 경쟁 속에서 개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 존재가 됐고, 관계 역시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소로 인식된다. 여기에 ‘나르시시스트’ ‘회피형’ 같은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면서, 사람을 특정 유형으로 나누고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저자는 인간관계의 본질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연결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그는 “관계의 단절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구조적 산물”이라며 “이러한 흐름이 외로움과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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