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관광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4월 21일, 오전 05:00

[심창섭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 막 회복의 궤도에 올라선 관광산업이 다시 거대한 파고를 마주했다. 미국·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중동발 안보 위기는 유가 급등, 환율 상승, 항공 노선 불안정이라는 ‘트리플 악재’로 번지며 여행 수요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 실제 지표가 보여주는 경고음은 예사롭지 않다.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2월 관광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중동 주요국 방한객이 전년 동월 대비 47.1%나 급감했다. 산업 현장의 위기감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심창섭 가천대 교수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희망적이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인 1894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고 K컬처 열풍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한국은 매력적인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MICE·마이스) 개최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정부의 지역 관광 활성화 노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잠정치 기준 방한 외국인의 지역 방문율이 34.5%까지 상승하는 등 질적 성장의 흐름도 뚜렷했다. 훈풍을 타기 시작한 시점에 터진 중동발 악재가 더욱 뼈아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런 절박한 시점에 확정된 ‘전쟁추경’ 내 관광 분야 예산은 단비와 같다. 내국인 휴가 지원을 통해 위축된 국내 소비의 불씨를 살리고 외래객 유치 마케팅과 관광사업 융자 지원을 병행하는 것은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단기 대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고금리와 고유가라는 이중고 속에서 심각한 자금 경색을 겪는 중소 관광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막는 방파제이자 자칫 와해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전반이 자생력을 회복할 때까지 버텨줄 수 있는 핵심적인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추경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관광 벤처 등 관광 사업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다. 2011년부터 추진해 온 관광 벤처 육성 정책은 현 정부의 ‘국가 창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이는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장기적 포석이다. 관광 벤처가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콘텐츠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오늘날의 위기를 산업 체력 강화와 구조적 전환의 기회로 바꾸는 핵심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관광 새마을운동’을 언급하며 지역 관광의 체질 개선을 강하게 주문했다. 인구 감소가 심화하는 지방 도시들에 관광객은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사실상의 인구(생활인구)’이자 핵심 동력이다. 장거리 여행이 위축된 관광객을 국내 다양한 지역으로 유도하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관광 환경을 혁신하는 과정에 더 많은 기업과 창의적인 인재들이 뛰어들 수 있도록 강력한 동기부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관광은 인프라 개선부터 산업 육성, 전문 인재 양성까지 아우르는 장기적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국가 전략 산업이다. 우리 관광 자원이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그동안 연구개발(R&D)과 인재 투자에 소홀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전쟁추경이 단순한 소방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질적 전환을 이끄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관광산업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특정 업종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삶과 경제를 지켜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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