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기여 보고서(ECR) 발간 세미나’가 열렸다. 얼밀라 베누고파란 미국영화협회(MPA) 아태지역 본부 사장(아래줄 왼쪽에서 세 번째),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아래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MPA코리아)
◇영화·TV 방송 수출, 식음료 보다 많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상콘텐츠산업은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24조 800억 원을 기여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GDP(약 2663조 원)의 약 1% 수준이다. 직접적인 운영 활동을 통해 7조 7500억 원을 창출했고, 콘텐츠 공급 등을 통해 연결되는 연관 산업을 통해 10조 4400억 원, 가계 소비 등에 따른 유발효과로 5조 8800억 원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약 29만 1200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연간 세수는 7조 1700억 원에 달했다.
수출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지난해 영화·TV 방송 수출은 약 1조 7700억 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식음료(1조 7100억 원), 철도차량(1조 3900억 원) 수출을 웃도는 것으로, 제조업 중심이던 수출 구조 속에서 콘텐츠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관광 등 다른 분야에 끼친 파급력도 컸다. 외국인 관광객 약 10명 중 4명(38.3%)은 K콘텐츠로 인해 한국을 찾았다. 특히 제주 관광객은 지난해 1~9월 17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었는데, 제주 배경의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가 관광 수요를 촉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콘텐츠 소비가 관광, 굿즈 판매, 플랫폼 이용으로 이어지는 ‘확장형 소비 구조’가 나타났다.
손보영 MPA코리아 대표는 “한국 영상 콘텐츠 산업은 GDP, 고용, 수출, 관광을 동시에 견인하는 복합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더 이상 부수 산업이 아니라 독립된 경제 축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 내부에서는 위기 신호도 감지된다. 방송과 영화의 직접 경제 기여도는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방송은 2025년 5조 6200억 원에서 2028년 5조 35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영화는 1조 1700억 원에서 1조 1400억 원으로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 기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은 9600억 원에서 1조 1900억 원으로 성장해 영상콘텐츠산업의 무게중심은 방송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영상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도 쏟아졌다. 콘텐츠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정경재 부사장은 “콘텐츠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대형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금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의 홍재희 콘텐츠총괄책임자(CCO)는 국내 드라마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홍 CCO는 “드라마 산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국내 매출 기반이 필요하지만, 최근 방송 광고와 유통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제작비는 상승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비용을 회수하는 비중이 줄어들면서 해외 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광고 시장 축소나 제작비 상승은 산업 구조적인 문제로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직·간접적인 지원 제도가 이러한 격차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상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시장과 융합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이 ‘원팀’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분산된 정책과 지원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팀장(연구위원)은 “플랫폼 육성과 기술 인프라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IP 공동 보유 확대, 해외 유통망 강화, 대규모 금융 지원과 창작 환경 개선 등 중장기적인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K영상콘텐츠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해외 보고서를 통해 먼저 계량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K컬처 300조’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콘텐츠 산업의 실질 기여도와 구조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