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언어의 오염을 파헤치다…"우리는 같은 언어로 말하고 있는가"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22일, 오전 09:09

'개념 없는 나라'의 저자들은 정치 엘리트의 수사와 전문용어의 오남용이 언어를 도구화했다고 본다. 화려한 정치적 수사와 본질을 가리는 개념 사용이 윤활유가 아니라 이물질이 됐고, 그 결과 신뢰와 소통의 기반이 약해졌다고 짚는다.

'개념 없는 나라'는 정치 언어가 어떻게 분열을 키우고 민주주의를 흔드는지를 국내 전문가 10인이 짚어낸 책이다. 이들은 오염되고 과장되고 소모된 개념 18개를 다시 풀어 읽으며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의 언어를 되찾자고 제안한다.

책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언어 내전 상태'로 진단한다.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서로 다른 세계를 말하는 소통 불능이 진영 갈등을 키우고,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공론장을 훼손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다.

저자들은 정치 엘리트의 수사와 전문용어의 오남용이 언어를 도구화했다고 본다. 화려한 정치적 수사와 본질을 가리는 개념 사용이 윤활유가 아니라 이물질이 됐고, 그 결과 신뢰와 소통의 기반이 약해졌다고 짚는다.

책은 18개의 키워드를 세 갈래로 나눠 살핀다. 1장 '오염된 개념'은 선출권력, 다수결, 자주국방, 시장, 학생인권처럼 본래 의미가 흐려진 말을 다루고, 2장 '과장된 개념'은 입법독재, 검찰공화국, 극우·빨갱이, 토착왜구, 호텔경제학 같은 표현을 해부한다.

3장 '소모된 개념'은 자유민주주의, 포퓰리즘, 사법개혁, 한미동맹, 안미경중, 불로소득을 다시 들여다본다. 오래 반복해 쓰면서 개념의 정밀성이 닳아버린 말을 되짚고, 감정적 반응을 부르는 언어가 어떻게 굳어졌는지 묻는다.

공저자의 논지는 개념 혼란이 단순한 수사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언어가 오염되면 시민은 진실에서 멀어지고, 합리적 토론 능력도 함께 잠식된다고 저자들은 본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제도 붕괴보다 언어의 오염에서 먼저 시작된다는 판단도 여기서 나온다.

이들은 선출권력과 다수결, 자주국방과 평화, 시장주의와 학생인권처럼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않는 말을 먼저 꺼내 든다. 이어 입법독재와 검찰공화국, 토착왜구와 빨갱이처럼 상대를 낙인찍는 언어를 해부하고, 자유민주주의와 포퓰리즘, 불로소득 같은 개념의 마모도 함께 짚는다.

공저진에는 황태희 연세대 교수, 홍용표 한양대 교수, 한준 연세대 교수, 조원빈 성균관대 교수,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지영 경제사회연구원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노정태 칼럼니스트, 권현서 리본프로젝트 대표가 참여했다.

△ 개념 없는 나라/ 황태희·홍용표·한준·조원빈·이재묵·신범철·박지영·민세진·노정태·권현서 지음/ 경사연 북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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