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극한 생존의 아이콘 '병아리콩'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4월 23일, 오전 06:15

전호제 셰프

달 탐사를 위해 우주로 나섰던 아르테미스 2호가 지구로 돌아오면서 우주농업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상의 달 토양에서 이뤄진 발아 실험의 대상은 병아리콩이었다.

공기가 없는 환경에서 매우 날카롭고 뾰족한 달 토양과 같은 환경에서도 병아리콩이 뿌리를 내렸다. 실제 달 토양에는 중금속이 많이 포함돼 있어 병아리콩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지 아직 미지수라고 한다.

화성에서 감자를 키워 내는 영화가 있었지만, 현실성 있는 작물로 병아리콩이 실험 대상으로 쓰인 것을 보면 병아리콩이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작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터키식 도자기 그릇에 담긴 병아리콩. (출처: AlixSaz,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달 토양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식물
10세기경 바이킹이 긴 항해를 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선원들의 영양공급원이었다. 당시엔 소금에 절여 건조한 대구가 단백질 공급원이 됐다. 바싹 말린 대구는 부피와 무게가 줄고 오래 보관이 가능했다.

우리가 지구 밖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해서도 생존할 수 있는 식량 공급이 중요할 것이다. 우주인의 식량은 대부분 수분을 제거한 파우더나 짜 먹는 형태의 레토르트라고 한다. 지구에서 가져간 이런 가공품 대신 실제 우주에서 재배한 식량이 성공해야 체류 기간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병아리콩은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이 많아 비상식량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영국군은 병아리콩 카레 메뉴가 있고, 중동의 전투식량에도 병아리콩을 갈아서 만든 후무스 메뉴가 있다고 한다. 후무스는 병아리콩에 타히니(참깨를 간 것), 레몬주스, 큐민 등 향신료를 넣어 맛을 낸 음식이다. 전쟁 중인 가자지구 난민들의 구호식량 박스에도 병아리콩이 빠지지 않는다.

중동 음식 후무스. (이스라엘 공식 유튜브 캡처)

국내에는 후무스보다는 한식이나 집밥 재료로 병아리콩의 쓰임새가 늘고 있다. 또 비만이나 당뇨 전 단계에 있는 분들이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데 병아리콩 샐러드를 식단에 넣기도 한다.

단백질 함량이 많은 콩
영양이 풍부해도 맛이 없다면 지속적인 습관을 유지하기 어렵다. 병아리콩을 삶으면 감자, 밤 같은 식감을 준다. 밥에 넣어도 좋고 샐러드에도 잘 어울린다. 감자 대신 된장찌개, 수제비에 곁들여도 될 만큼 콩 특유의 비린 맛이 없다. 또 삶아서 으깨면 수제비 반죽이라든가 간단한 빵 반죽에 넣어도 잘 어울린다. 더운 여름엔 콩국수용으로 쓸 수 있으니, 계절에 상관없이 쓰임새가 많다.

더군다나 5㎏에 1만 원 정도의 가격은 매우 경제적이다. 보통 일반 국산 대두의 3분의 1 수준이고 다른 수입 콩에 비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조리 방법도 간단하다. 하룻저녁 불린 콩을 20분 이상 삶아내면 되는데, 콩물로 만들 때는 삶은 물을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

5㎏에 1만 원 정도의 경제적 가격
불리고 익히는 과정 없이 바로 뜯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통조림 형태로 만든 콩 제품이 많다. 마치 우리나라의 라면처럼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다.

재래시장 곡물 가게에 가면 우리나라에도 콩 종류가 다양하다. 색과 맛이 여러 가지여서 꼭 한 가지를 고르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런 경험이 있었다면 병아리콩을 드셔 보는 것을 권해드린다.

여느 콩과 다르게 한 알마다 밀도가 높아 조금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을 준다. 체중 관리를 하신다면 삶아 두고 아침에 한 숟가락 정도 곁들여 드시면 좋다. 극한 환경에서도 싹을 틔우는 병아리콩의 에너지와 함께 건강도 챙기시길 바란다.

opinion@news1.kr

추천 뉴스